‘연봉삭감’ 및 ‘회원사 갑질 횡포’…노조 “선거 전면 중단” 요구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오는 21일 치러지는 제18대 저축은행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최종 후보 3인 가운데 한이헌(75) 전 국회의원이 ‘연봉삭감’을 이유로 사퇴한데 이어, 일부 회원사 대표가 회장후보자에게 임직원들의 연봉을 삭감하고, 회장의 고유권한인 중앙회의 인사 등에도 관여할 수 있도록 하는 각서를 후보자에게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급기야 저축은행중앙회 노동조합은 18일 성명서를 내고 회장 선거 전면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중앙회 노조는 공정성을 훼손하고 중앙회장 선거를 거래로 전락시킨 회장추천위원들이 전원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7일 회장 선거 후보 기호추첨에서 한 전 의원은 사퇴 의사를 밝히며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면접을 밤늦게까지 준비해 성심껏 임했으나 면접 도중 회추위원으로부터 ‘내부방침’이라며 회장 연봉 삭감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한 전 의원은 “면접시간에 세 후보자 모두에게 연봉삭감 통보를 했다고 하니 면접 목적이 자질과 역량 검정에 있지 않았음이 분명하다”면서 “이런 행동은 ‘후보자들이 연봉만 즐기려는 무능한 자들’이라고 보는 시각에서 나온 심각한 모욕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저축은행을 위해 일하겠다고 열심히 선거 운동을 해왔지만 이번에 받은 마음의 상처로 인해 고심 끝에 후보를 사퇴하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한 전 의원의 사퇴를 두고 ‘낙하산 인사’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정치권에서 미리 손을 쓴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 전 의원은 지난 2002년 부산시장에 출마할 당시 선대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이었을 만큼 ‘친문’ 인사로 알려져 있다.

또한 1944년생으로 올해 만 74세인 한 전 의원에 대해 금감원과 금융위 측에서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한 전 의원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1948년생)보다 4살 많을뿐더러 최종구 금융위원장(1957년생)보다는 무려 13살이나 위다.

여기에 일부 회원사 대표의 갑질 횡포로 회추위 공정성에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중앙회 노조 관계자는 “현 이순우 회장조차 3년 전 취임 당시에 이에 준하는 각서 또는 구두확약을 요구받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며 “만약 이러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회원사의 갑질 횡포를 떠나 중앙회에 대한 과도한 지배개입이며, 중앙회의 역할과 기능을 사실상 무력화 시키는 행위”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월 15일 회장후보자와 연관있는 A저축은행 김모 팀장이 중앙회 부서장에게 갑자기 중앙회 임직원의 연봉이 많은 것 아니냐며, 급여테이블을 알려달라는 연락이 오는 등 회장후보자에게 연봉삭감 등의 각서제출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수년전부터 지부장단회의 또는 이사회에 소속된 일부 회원사 대표가 과거부터 중앙회 전무이사 자리와 지부장단회의 의장을 저축은행 업계출신이 맡아야 함을 여러 차례 강요해온 바 있다. 또한, 상무이사를 교체해야 한다는 등 중앙회에 대한 예산편성 권한을 무기로 중앙회의 경영과 인사에 과도하게 관여하고 있다는 소문은 수차례 제기되어 왔다.

노조는 이번 사태에 대해 ▲제18대 중앙회장 선거 중단 ▲회추위원들의 전원 사퇴 ▲중앙회 법·제도 개선 등을 요구했다.

한편, 3일 앞으로 다가온 저축은행중앙회장 선거는 한 전 의원의 사퇴로 남영우(65) 전 한국투자저축은행 대표와 박재식(61)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 2파전으로 압축됐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중앙회는 오는 21일 오전 회원사를 대상으로 임시총회를 개최해 제18대 중앙회장을 선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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