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전직 사법부 수장 구속심사' 부담 클 듯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친 후 검찰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19.01.12./사진=뉴시스

[월요신문=김예진 기자] 검찰이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 양승태 (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영장까지 청구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8일 오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서울중앙지법에서 다음 주께 열릴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서는 260쪽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62·12기)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도 재청구했다. 지난해 12월7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 42일만이다. 다만 당시 영장이 함께 기각됐던 고영한(64·11기) 전 대법관은 제외됐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심사는 명재권(52·27기)·임민성(48·28기) 부장판사가 담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이들은 공모관계 성립 여부에 대한 소명 정도, 지금까지 다수 증거자료가 수집된 점 등을 이유로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이에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두고 법원의 판단에 주목된다.

사실 법원으로선 구속이나 기각 결정 모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법농단 수사의 마지막 단계이자 갈등 구도의 '정점'이 될 상황인 데다가 각각의 결정 모두 충분히 납득할 만한 사유가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증거 인멸 등을 이유로 구속 영장을 발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사법 농단 수사에 쏠린 국민적 관심도 무시할 수 없다고 봤다.

그러나 법조계 내부에서는 구속영장이 기각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앞서 법원은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에 대해 공통으로 '공모 관계 성립에 의문이 있다'는 사유를 들며 영장을 기각했다. 양 전 대법관 역시 같은 이유로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 또한 양 전 대법관의 거주지 및 직업이 분명해 도주의 우려도 낮다.

한편 양 전 대법원장은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 및 법관 인사 불이익 등 각종 사법농단 의혹의 최고 책임자로서 개입 및 지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현재 그는 재판 개입 등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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