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VD, 사실상 장기적인 과제…원론 수준 발언 해석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 회담장에서 북한 김정은(왼쪽) 위원장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적인 회담에 앞서 세기의 악수를 하기 위해 걸어오며 손을 내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이명진 기자]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양측이 상호 '행동 대 행동'으로 갈 수 있는 진전된 의제를 다룰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북미가 한 달 여라는 짧은 시간 동안 어디까지 조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북미 정상회담을 2월 말에 개최하고 장소는 추후에 발표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으로 20일 드러났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면담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들의 회동을 "생산적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FFVD)를 볼 때까지 제재와 압박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백악관이 FFVD와 제재·압박 유지를 밝힘으로써 미국의 선(先)비핵화·후(後) 제재완화 원칙을 확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FFVD가 미국의 최종적인 원칙인 것은 맞지만, 사실상 국무부가 가지고 있는 시간표에서는 '장기적인 과제'라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지난해부터 이미 비핵화가 '오래 걸릴 것'이라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샌더스 대변인의 FFVD에 대한 언급은 기존의 입장을 확인한 것은 맞지만, 미국 국내 정치 상황 등을 고려해 원론적인 수준의 발언을 한 것이란 해석이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비핵화에 대한 확답은 받았으나, 미 조야의 최대 관심사였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공동성명 문안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북미 대화에 회의적 시각이 쏟아졌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전문위원은 "역으로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스몰 딜'(small deal) 가능성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FFVD와 제재압박을 언급하지 않으면 당연히 국내 비난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실제는 스몰 딜이라고 하더라도 원래 목표를 확인하지 않고 해버리면 엄청난 비난이 있을 것"이라며 "그런 차원의 발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오히려 이번 협상은 2020년에 맞춰진 양측의 정치적 시간표에 따라 '행동 대 행동'이 가능한 의제에 집중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내년 트럼프 대통령은 또다시 대선을 치러야 하고, 김 위원장은 당 창건 75주년인 동시에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마지막 해를 맞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승리를 위한 업적을, 김 위원장은 경제발전의 실질적 성과를 올해 안에 만들어서 동력을 이어가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번 김 부위원장의 워싱턴 방문으로 2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는 주사위는 던져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고위급 회담이 있고 실무회담이 이렇게 바로 이어지는 경우가 없었다"며 "그런 의미에서 속도를 양측이 모두 다 내려고 하고 있다라는 게, 그 일정만으로도 우리가 읽을 수 있다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무협상에서는 이행이 가능한 비핵화 조치와 이에 대한 상응조치를 두고 양측이 각자가 카드를 내놓고 그림을 맞춰볼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밝힌 영변 핵시설 폐기, 동창리 엔진시험장 폐기 외에 평양 산음동 미사일 공장 폐기 등 미국이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증거가 될 만한 추가적인 카드를 내놓을지 관심이다.

미국도 대북제재 유예 차원의 예외 조치 외에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의 조건 없는 정상화가 가능하도록 일부 남북 경협사업에 대한 제재 면제를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회담에서 남북 경협에 대한 구체적인 안건이 언급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지만, 협상 과정에서 이 같은 카드를 제시함으로써 미국도 북한에 대해 진정성을 강조할 수 있다. 이와 관련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과도하게 많은 양, 세부적인 것은 합의하기가 힘들고, 합의했을 때 갖는 이행 부담감이 존재한다"며 "실현 가능한 수준에서 합의점을 잡아냄으로써 이행력을 담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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