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역, 전세 보증금 제때 못주는 역전세난 우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에 이어 전세가도 하락세인 4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 밀집 상가에 많은 양의 급전세 매물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이명진 기자] 최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것으로 20일 나타났다.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전셋값이 억 단위로 떨어지는 등 '역전세난'이 가시화되며 시세차익을 노리고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산 갭투자자들이 노심초사 하고 있다. 특히 다주택자들은 초비상이다. 양도세 중과와 보유세 강화, 공시가격 현실화, 금리 인상 등 다주택자들은 겨냥한 부동산 규제 정책이 쏟아지면서 팔기도, 버티기도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갭투자자들이 집값을 올리고 주택시장을 교란하는 주범으로 판단하고 있다. 시세 차익을 위해 전세금을 올리고, 올라간 전세금이 집값을 끌어올린다는 게 이유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 갭투자자들의 투기세력을 보고, 세 부담을 늘려 시장 교란에 제동을 걸겠다는 복안이다.

정부는 양도세 중과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한 대출 차단 등 지난해 쏟아냈던 각종 규제가 하나 둘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오는 4월 공시가격 현실화 등으로 다주택자를 옥죄, 부동산시장에 매물이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70%를 웃돌던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이 60%까지 내려가면서 갭투자자들은 사실상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다. 여기에 오는 4월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른 세 부담이 증가와 금리 인상 전망이 나오면서 부담감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갭투자자들은 주택시장에서 집값이 더 떨어진다는 기대 심리가 확산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심해지는 거래절벽과 양도세 중과 때문에 팔기도 힘들고, 계속 버티자니 전셋값이 떨어지고 세 부담은 늘어나는 '진퇴양난' 상황에 처했다.

전셋값 하락으로 일부 지역에선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을 못주는 역전세난이 우려된다. 전세를 끼고 무리하게 주택들을 매입했던 갭투자자들로 인해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들도 늘어날 가능성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매매가와 전셋값이 동반 하락하면서 전세가율이 50% 밑으로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세가율이 떨어진 것은 전셋값이 크게 내려간 것이 아니라 최근 2~3년간 매매가격이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이라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와 종부세가 강화되고 대출까지 까다로워지면서 갭투자는 당분간 크게 위축될 것으로, 매매가와 전세가가 함께 하락하면서 전세가율이 50%대 밑으로 내려가진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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