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혁신…"선택이 아닌 필수"
[월요신문=이명진 기자] 식품업계가 정부정책 기조 영향·소비자 인식 변화에 따른 친환경 마케팅을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소비활동에 가치·의미를 부여하는 ‘착한 소비’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며, 식품업체들 역시 친환경 패키징 도입으로 착한 제품 선보이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2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환경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며, 이를 기업 이미지 제고에 활용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관련 규제가 강화된데다 제품 소비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이 주요한 구매 고려 요인으로 작용한 탓이다. 여기에 최근엔 ‘친환경’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의미의 ‘필환경’으로까지 대두되고 있어 관련 트렌드는 더욱 확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이번 대책은 지난해 5월 환경부가 추진한 ‘재활용 폐기물 관리종합대책’의 일환으로, 국내에서 발생하는 포장폐기물을 원천적으로 줄이기 위한 개정안에 따른 것이다. 일회용 제품에 대한 정부의 규제 강화로, 식품업계 친환경 움직임은 더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먼저 신세계푸드는 옥수수에서 추출한 100% 자연 분해 필름인 PLA(폴리 락틱 산)를 적용해 만든 바나나 포장재를 선보였다. 기존 바나나 포장재가 땅속에서 분해 되는데 100년 이상이 걸리는 반면 이번 신세계푸드가 개발한 친환경 포장재는 14주 밖에 걸리지 않으며, 포장재 두께도 기존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여 연간 발생하는 폐기물 양의 50% 이상 감량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해당 포장재는 현재 스타벅스에서 판매 중인 바나나에도 적용되고 있다”며 “기능에 있어서도 물러짐이 발생하는 기존 포장재와는 달리 친환경 포장재는 수분 투과율이 높아 바나나 자체의 산도가 오랫동안 유지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오리온 역시 친환경 포장재 개발을 위한 노력에 한창이다. 오리온은 지난 2014년부터 ‘착한 포장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환경보호를 위한 포장 개선·개발을 지속해왔다. 패키지 디자인을 단순화하고 인쇄도수를 낮춰 연간 약 88톤의 잉크 사용량을 줄이는 한편 포장재 인쇄와 접착에 쓰이는 유해화학물질을 인체에 무해한 물질로 대체했다. 또한 협력회사와 2년간 공동 연구 끝에 ‘메틸에틸케톤’(MEK), ‘에틸아세테이트’(EA) 등 인체에 유해한 휘발성유기화합용제를 사용하지 않은 환경친화적 포장재를 개발, 포장재 제조 시 발생하는 총미연소탄화수소(THC)와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 등 유해물질 방출량을 기존 대비 각각 83%, 75% 줄이고, 잉크· 용제 사용량도 33% 감축한 바 있다. 제품의 내용물뿐 아니라 포장재도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는 주요 요소인 만큼 지속적인 혁신을 이뤄나간다는 게 오리온 측 설명이다.
아울러 풀무원건강생활의 유산균 전문 브랜드 풀무원프로바이오틱은 식물성유산균 제품 라벨에 이중 절취선을 도입한 친환경적인 패키지로 전 제품을 리뉴얼해 출시했다. 이번에 리뉴얼한 제품은 총 4종으로, ‘식물성유산균 레드&오메가’, ‘식물성유산균 그린&밀크씨슬’, ‘식물성유산균 푸룬&바이오’, ‘식물성유산균 위앤마’다. 페트병에 접착제 대신 열을 가해 라벨을 밀착시키고 이중 절취선 적용으로 재활용을 위한 분리 배출 시 라벨 분리가 쉽도록 개선한 점이 특징이다.
다만 기업들의 이런 친환경 기조에도 불구하고 최근 남양유업 ‘곰팡이 주스’를 비롯해 동일한 재질을 사용하는 업체들의 이물질 발견 사례가 속속 등장하며 이에 따른 안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문제의 원인이 종이 포장재인 ‘카토캔’에 의한 것으로 결론 내려지며, 국내에선 유일하게 카토캔 포장재를 생산하는 삼양패키징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이번 곰팡이 주스 사태를 계기로, 제품의 내구성 강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란 게 삼양패키징 측 설명이다. 삼양패키징 관계자는 “카토캔은 알루미늄으로 구성된 일반캔에 비해 외부 충격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카토캔의 재질을 강화하는 방안을 적극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