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규제에 은행업 ‘난색’…최대 2곳 출범 계획도 불투명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 모습.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새 인터넷전문은행 유력후보로 꼽혔던 기업들이 줄줄이 불참을 선언을 하면서 제3인터넷은행 흥행에 비상이 걸렸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도 인터넷 전문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허용해 주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지난해 힘겹게 국회를 통과했지만 ICT 기업들이 연이어 참여 포기를 선언하자 금융당국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제3인터넷은행 사업자 후보로 꼽히던 인터파크와 NHN엔터테인먼트 등이 최근 줄줄이 사업 불참 의사를 드러낸데 이어 지난 21일 네이버도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네이버 관계자는 “국내 인터넷 뱅킹 환경이 아주 잘 마련돼 있고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또한 이미 잘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네이버만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 끝에 이같이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동남아 등의 해외 금융 환경은 국내 시장과 다르다”며 “일본 자회사 라인을 통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네이버에 앞서 불참 선언을 한 인터파크는 2015년 인터넷은행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신 전력이 있어 올해 재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사업 참여에 대해 인터파크 측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관심을 드러내왔다.

하지만 지난 18일 돌연 인터넷은행 사업자 선정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사업 다각화보다는 전자상거래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터넷은행 진출을 유보하고 내실 강화에 주력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라고 불참사유를 설명했다.

금융권의 관심도 싸늘하긴 마찬가지다. 참여 의사를 명확히 밝힌 곳은 키움증권이 거의 유일하다. 농협은행은 인가심사 설명회에 참석 계획이 없다며 이를 논의조차 않고 있다고 밝혔고, KEB하나은행과 신한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사 모두 “여러 가능성을 두고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정부는 오는 23일 신규 인터넷은행 인가심사 설명회를 연다. 금융위원회는 이 자리에서 인가심사를 위한 평가항목과 배점을 공개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인터넷은행법도 통과된 만큼 새로운 인터넷은행이 최대 2개까지 출범하길 내심 원하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1곳 출범도 빠듯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ICT기업들과 금융권이 인터넷은행에 시큰둥한 이유로 금융당국의 과도한 규제를 꼽는다.

당장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출범한 지 햇수로 3년이 됐지만 두 은행을 이끄는 대표 ICT 회사인 KT와 카카오는 각종 규제로 여전히 대주주 자리에 올라서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대주주에 오르려면 금융당국의 한도초과 보유주주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당국의 심사를 앞두고 KT와 카카오는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있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위반은 한도초과 보유주주 승인의 결격 사유다.

몇 년 사이 핀테크가 크게 발전한 것도 ICT 기업들이 인터넷은행에 뛰어들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하는 요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두 인터넷은행이 금융당국의 각종 보이지 않는 규제로 어려움을 겪는 것을 지켜보면서 은행업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졌다”면서 “ICT기업들은 굳이 은행업이 아니더라도 간편결제 등 핀테크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고 효율적이라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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