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스톱 인수, "대주주 이온그룹 몫"

정승인(왼쪽) 코리아세븐 대표와 박동기 롯데월드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신동빈 회장이 주재하는 롯데그룹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이명진 기자] “국내 편의점 업계 3위인 세븐일레븐이 미니스톱 인수에 성공할 시 기존 CU·GS25 체제였던 ‘빅2’에서 ‘빅3’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당초 편의점 업계의 판도를 뒤흔들 미니스톱 인수자로 롯데 세븐일레븐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혀왔다. 그러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작업이 예상기일을 훌쩍 넘기며 해를 넘긴 지금까지도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 속 그간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왔던 정승인 코리아세븐 대표가 지난 23일 신동빈 회장 주재로 열린 올해 첫 사장단회의 참석에 앞서 미니스톱 인수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드러나 이목이 집중된다.

24일 정 대표는 두 달째 지연되고 있는 미니스톱 인수와 관련해 “이미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상태로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며 “이번 건은 미니스톱 대주주인 이온그룹이 결정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미니스톱의 인수는 지난해 11월부터 본입찰 일정이 알려지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당시 본입찰엔 롯데의 코리아세븐, 신세계의 이마트24, 그리고 사모펀드인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가 참여해 3파전 구도가 형성됐다. 이 중 롯데가 가장 큰 금액을 제시해 유력한 우선협상대상자로 거론돼 왔다. 매각주관사로 알려진 노무라증권은 본입찰 제안서를 바탕으로 일주일가량 평가 기간을 거쳐 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자율규약·시장상황 변동에 따른 추가 제안 등으로 매각전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업계에선 이온그룹이 매각 의사를 철회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정 대표는 매각 철회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아직 알 수 없다”며 “기다리고 있는 단계”라고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롯데가 내놓을 상생안 부담 역시 지연 요소로 작용하고 있단 분석이다. 롯데가 미니스톱을 인수해도 점주들을 만족시킬만한 상생안을 내놓지 못한다면 인수 후 이탈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인수 규모 투자대비 효과가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GS25가 지난해 말 1300억원 규모의 파격적인 대규모 상생안까지 내놔 롯데의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세븐일레븐은 최근 상생안 발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늦어도 이달 내엔 상생안을 내놓을 것이란 게 세븐일레븐 측 설명이다.

기약 없는 매각 작업에 업계 촉각이 곤두서 있는 가운데 서비스를 앞세워 편의점 경영 패러다임을 바꿔 나가겠단 경영 방침을 선포한 정 대표의 행보가 주목된다. 이는 인수 결과가 늦어지는데다 편의점 이슈가 맞물리며 ‘경영위기’에서 돌파하려는 그의 의지로도 해석된다.

실제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정 대표는 “영업 환경이 갈수로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경영위기 돌파에 대한 해법은 기본에서 찾아야 한다”며 “제 살 깎어먹기식 경쟁에서 벗어나 서비스를 앞세워 편의점 경영 패러다임을 바꿔 나가겠다”고 선포한 바 있다. 아울러 고객과의 관계도 중요 요소로 꼽았다. 그는 “생활 밀착형 플랫폼으로 고객과 경영주의 눈높이에 맞는 친절·청결 1등 편의점을 만들기 위해 전사적으로 서비스 교육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 피력하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선 이런 정 대표의 행보가 미니스톱 유찰 가능성을 내포, 신년사를 통해서도 드러난 게 아니냐는 추측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가능성은 낮지만 인수전 자체가 유찰될 수도 있다”며 “이는 이번 사장단 회의에서 혁신을 강조한 신 회장의 의지에서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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