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과세’ 여부에 엇갈린 입장…정부 “이중과세 아냐”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금융투자업계 현장 간담회’ 모습.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최근 불이 붙은 ‘증권거래세 인하·폐지’ 여부를 놓고 정부와 여야, 업계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개편 주장의 주된 근거 중 하나인 ‘이중과세’ 여부를 두고 정부와 업계가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으며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증시 급락 여파로부터 이어진 증권거래세 개편 논의는 지난 15일 증권사 사장단이 여야 지도부를 직접 만나 증권거래세 개편을 건의하는 등 개편 추진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업계는 증권거래세가 사실상 이중과세라며 점진적 폐지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여당도 최근 이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세제 개편 여론에 힘을 실었다.

반면 정부는 정치권과 업계의 상황을 주시하면서도 개편 여론에 선뜻 동조하지 않는 분위기다. 증권거래세가 이중과세라는 업계의 주장과 입장차가 큰 데다, 세제 개편을 추진한다 해도 세수 안정성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적지 않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지난 1963년 도입된 증권거래세는 1971년 한 차례 폐지됐다가 1978년 재도입돼 지금까지 시행되고 있다. 1996년부터 유지된 세율은 코스피 시장이 0.15%(농어촌특별세 포함시 0.3%)이고 코스닥은 0.3%다.

대다수 투자자는 주식 양도소득세는 내지 않고 증권거래세만 원천 징수 방식으로 납부하고 있다. 거래세와 양도소득세를 모두 내야 하는 대상은 지분율이 일정 기준 이상이고 보유주식 총액이 15억원 이상인 대주주다.

정부는 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의 보유주식 기준을 2021년 3억원까지 단계적으로 낮춰 과세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이중과세 논란이 커지는 것도 정부의 방침과 무관하지 않다.

업계에서는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를 모두 매기는 우리나라 특성상 동일한 주식거래에 대한 경제적 이중과세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증권거래와 양도소득에 대해 모두 과세하는 국가는 전 세계적으로 거의 없고 대부분 국가가 하나의 세목만 과세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양도소득 과세대상이 계속 확대되면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를 모두 매기는 경우가 늘어나기 때문에 투자자의 세 부담이 커지고 증권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증권거래세 개편 여론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세제 논란 대해서는 “이중과세가 아니다”며 선을 긋고 있다.

‘이중과세’는 국세기본법 등에서 조세 조약과 관련해 사용되는 법률 용어다. 세금 부과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지만 조세 조약 등을 통해 조정이 이뤄진다. 외국에서 일하는 주재원이 같은 소득에 대해 외국과 국내에서 모두 세금을 낸 뒤(이중과세) 사후에 외국에서 낸 세금을 공제받는 외국납부세액공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는 이중과세가 아니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증권거래세는 과세 대상이 거래대금, 양도소득세는 양도차익으로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과세 취지도 다르다. 소득세는 국민개세주의 원칙에 따르지만 증권거래세는 단기매매 억제, 주식시장 안정 등 취지가 강하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증권거래세는 영국 등과 같은 금융 선진국도 채택하고 있는 세제”라며 “증권거래세와 주식 양도소득세는 이중과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중과세 논란과 무관하게 정부는 기존대로 자본소득 과세 강화 방침에 따라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확대를 차질 없이 추진할 예정이다. 증권거래세 개편에 대해서는 정치권 논의 상황을 주시하면서 필요하면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수 안정성 측면에서 주식 양도소득세가 증권거래세보다 불안정한 측면이 있다”면서 “하지만 국민개세주의, 과세 형평성 등 차원에서 양도소득세 대상 확대는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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