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당 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01.29./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를 두고 여당인 민주당과 제2야당인 바른미래당의 유불리 셈법이 주목된다.

2.27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는 앞서 황교안 전 총리, 홍준표 전 대표가 이미 공식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이 외에도 정우택 의원과 심재철 의원도 31일 출마를 선언했지만, 유력한 후보는 황 전 총리, 홍 전 대표, 그리고 곧 출마 선언할 것으로 예상되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으로 보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대표직은 지난해 6.14 지방선거 참패 이후 대표직을 내려놓았던 홍 전 대표로 인해 현재 공석이다.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새로운 얼굴이 될 신임 대표가 누가 될지는 여당인 민주당에게 특히 주목될만한 사안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 후보자들 가운데 홍준표 전 대표가 당선됐을 때 가장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자유한국당 당권 도전을 선언한 홍준표 전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The-K타워 그랜드홀에서 열린 자서전 '당랑의 꿈' 출판기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01.30./사진=뉴시스

홍 전 대표는 지난 30일 “지방선거 결과에 책임지고 당을 떠나면서 ‘홍준표가 옳았다’라는 국민의 믿음이 있을 때 돌아오겠다고 여러분과 약속했다”며 전당대회에 공식 출마했다.

하지만 ‘국민의 믿음’이라기엔 홍 전 대표의 대외적 이미지가 난해하다. 홍 전 대표는 지난 2017년 5월 대선 유세 당시 ‘장인 영감탱이’ 발언은 물론, 친박 세력을 바퀴벌레로 표현하면서 막말 논란이 일었다.

또한 자신에 저항하는 여성 최고위원을 “주막집 주모”로 규정하고, 2011년 당시 새누리당 당대표 경선에서는 경쟁 후보였던 나경원 대표에 대해 “거울이나 보고 분칠하는 최고위원은 안된다”는 등의 막말 파문을 자주 일으켰다.

이러한 홍 전 대표가 자유한국당의 대표 얼굴이 된다면 당 이미지에 까지 영향력이 미치기 마련이다. 때문에 민주당은 홍 전 대표의 ‘불호’ 이미지로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한국당 내 대세는 황 전 총리로 기울고 있다. 황 전 총리는 지난 29일 "나라를 구하고 국민을 살리는 길이라면 제 한 목숨이라도 아낌없이 바치겠다"며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특히나 황 전 총리는 출마 선언을 했을 당시, 차기 대권 주자로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1위를 차지했다. 이 기세를 몰아 전당대회 당선까지 승승장구할 거란 시선이다.

여당에서는 황 전 총리의 당선을 ‘친박’ 프레임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 이재정 대변인은 지난 15일 황 전 총리의 입당에 대해 "박근혜 정부의 법무장관, 박근혜 정부의 총리, 반성과 사죄가 먼저다"라며 "황 전 총리는 입당 회견에서 지난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그 어떤 책임과 반성도 없었다"고 힐난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들도 지난 30일 황 전 총리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3선의 이인영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황교안, 역사의 이단!"이라는 말로 황 전 총리의 이름 삼행시를 게재했다. 그는 "'황당하다', '교활하다', '안하무인이다'"라며 "민주화를 위해 땀 한 방울의 쥐꼬리만 한 헌신도 없이 어디다 대고 386을 씹고 주사파로 거시기하냐"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시대착오적 박근혜 하수인의 복귀라면 우리는 다시 촛불이다"라며 "시정잡배 같은 구둣발질 횡포라면 우리는 다시 뜨거운 연탄불이다"고 전했다.

3선의 김태년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 황 전 총리의 전당대회 출마에 대해 "80년대 공안검사 기소장에나 나올 법한 말을 21세기에 제1야당 대표로 나서겠다는 사람의 입에서 듣게 될 줄은 몰랐다"고 판단했다.

특히 김 의원은 "지난 정권의 국정농단에 대해선 한마디 사죄도 안 한 사람이 이제와서 '나라를 구하겠다'라니 어처구니가 없다"며 "국민이 황 전 총리에게 원하는 것은 정계 입문, 제1야당 대표가 아니라 반성과 사죄"라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당권 주자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 5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북미 핵협상 전망과 한국의 대응방안' 자유한국당 핵포럼 제9차 세미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01.23./사진=뉴시스

유력 후보 중 오 전 시장은 상대적으로 정치적 약점이 적다. 때문에 여당 내에서도 오 전 시장의 당선을 가장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오 전 시장에 대해 "오 전 시장은 서울시장 무상급식도 반대했지만, 대중적 이미지는 여전히 좋다"며 "경쟁 정당의 대중적 이미지가 좋으면 다소 껄끄럽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제2야당인 바른미래당 역시 반사이익을 노려볼 수 있는 입장이다.

제1야당인 한국당 내에서 갈등이 발생한다면, 그 지지층이 제2야권인 바른미래당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다.

특히나 지난 해 말부터 바른미래당에서는 잇따른 탈당이 발생했다. 지난달 18일 자유한국당으로 복당을 선언한 이학재 의원 이후 신용한 전 충북지사 후보 역시 지난달 26일 탈당을 선언했다.

이 외에도 바른미래당 탈당을 고려했던 의원들은 현재 탈당 의사를 유보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만약 복당파가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힘쓰지 못하면 탈당하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바른미래당은 한 번 더 휘몰아칠지 모를 탈당사태를 대비해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 잔류파와 탈당파 중 어떤 쪽이 우세할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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