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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신문=고은별 기자]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4분기 다소 저조한 성적표를 받은 삼성전자가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로 기술 격차를 벌리고, AI·5G·전장 등 미래 성장 동력을 집중 육성한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내림세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와 미·중 무역분쟁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확산됐다. 올해는 불확실한 시장 환경에 대비한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의 위기 대응 능력이 주목되는 한 해다.

삼성전자는 31일 실적발표를 통해 “2018년 4분기 연결 기준 매출 59조2700억원, 영업이익 10조8000억원, 당기순이익 8조462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0% 감소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29%, 31% 줄어들었다.

4분기 실적은 전 분기와 비교해서도 매출 9.5% 감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9%, 36% 줄어든 수치다. 해당 기간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매출은 18조7500억원, 영업이익 7조7700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24%, 43% 떨어졌다. 4분기 성적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DS부문의 실적 악화가 주 요인으로 풀이된다.

지난 2년간 슈퍼 호황이 이어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3분기을 찍은 뒤 한 분기 만에 내려앉았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4분기 D램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2% 감소했으며 평균판매가격(ASP)은 11% 하락했다. 같은 기간 낸드플래시의 평균판매가격은 20% 이상 떨어졌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으로 세계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가시화됐다. 여기다 중국 정부가 2025년까지 자국 내 반도체 자급률 70% 달성을 내거는 등 시장경쟁 심화도 예고된 바 있다. 이렇듯 IT시장의 전반적 불황에 따른 반도체 수요 감소가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끼쳤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사업은 데이터센터와 스마트폰 관련 주요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 영향으로 메모리 수요가 감소해 실적이 하락했다”며 “올해 1분기는 계절적 비수기인데다 메모리의 경우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이 지속, 수요 약세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반도체 사업 부문 영업이익은 전체 분기 영업이익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반도체 시장이 둔화될 경우, 매출 등 실적에 직격탄을 입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도 글로벌 시장 상황에 대비한 전략 수정에 들어갔다. 특히 고용량 메모리 채용이 지속 확대됨에 따라 삼성전자는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통한 기술혁신을 무기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지난해 업계 최고 용량의 노트북용 ‘10나노급 32GB(기가바이트) DDR4 모듈’ 양산에 들어간 데 이어 2세대 10나노급(1y) 공정을 적용한 16Gb(기가비트) LPDDR4X 모바일 D램을 양산하고 있다. 이는 기존 20나노급(2y) 4Gb LPDDR3 모바일 D램보다 속도와 생산성이 2배 향상된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1y 나노 디램 공정으로 전환하는 한편, 고부가 디램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대용량 올플래시 어레이(All-Flash Array), UFS(Universal Flash Storage) 중심으로 낸드 수요에도 대응한다. 이 밖에 1z(10나노 초반급) 디램 나노 공정 개발을 추진한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자동차용 프로세서 브랜드 ‘Exynos Auto(엑시노스 오토)’와 이미지센서 브랜드 ‘ISOCELL Auto(아이소셀 오토)’를 출시하는 등 차량용 반도체 사업 강화에도 나섰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올해 파운드리, 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에도 본격 속도를 낸다.

반도체 업황이 둔화되면서 파운드리 사업도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다만, 시스템LSI사업부는 올해부터 5G 모뎀 관련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시스템LSI는 5G모뎀을 상용화하고 고화소·멀티플 카메라 채용 확산에 따른 이미지센서 라인업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며 “파운드리는 7나노 공정의 양산과 고객 수 40% 이상 추가 확보를 통해 안정적 사업 기반 마련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부품 기술 혁신, 제품의 폼팩터와 5G 기술 차별화 등을 통해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제고할 방침이다.

이종민 삼성전자 상무는 이날(31일) 컨퍼런스콜을 통해 “5G 스마트폰과 폴더블 스마트폰을 적기에 출시해 시장 선점효과를 노리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TV 사업에 대해서도 “1분기에도 초대형·QLED TV 등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에 주력하는 한편, 다양한 사이즈의 QLED 8K TV 신모델을 글로벌 시장에 본격 판매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SK하이닉스 또한 16Gb DDR4 D램 등 고용량 모듈 채용을 이끌어내고 2세대 10나노급(1y) 제품의 안정적 양산을 추진하는 등 기술경쟁력 확보에 치중할 계획이다. 기업용 SSD와 모바일 시장 점유율 확대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19년 연간으로는 메모리 약세 영향이 있겠으나 하반기에는 메모리와 OLED 등 부품 사업을 중심으로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반기 신규 CPU 출시와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영향 등으로도 메모리 수요는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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