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내 카펠라 호텔에서 합의문에 서명한 후 악수하고 있다. 사진은 동영상을 캡처한 것이다. 2018.08.12./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북미가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장소로 베트남 도시 다낭과 하노이를 두고 확답을 내리지 않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신년 국정연설에서 “2월 27∼28일 김 위원장을 베트남에서 다시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 백악관은 지난달 19일에도 트위터 등을 통해 “김 위원장과의 2차 정상회담은 2월말께 열릴 것”이라면서도 “장소는 추후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즉 개최 날짜가 확정시 된 현재까지도 개최 장소에 대해 확답을 내리지 않고 있다.

북한과 미국 어느 곳에서도 베트남 어느 도시에서 회담이 개최될지는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지만 베트남 수도 하노이와 다낭이 유력 후보지로 언급돼왔다.

이번 정상회담 개최지로 선정된 베트남은 북미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중립적인 위치라는 점에서 일찍이 후보군에 올랐었다. 이는 1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던 싱가포르와 같은 이유다.

특히 다낭은 미국 쪽에서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가 6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1월 다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ㆍ아펙) 정상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다낭을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다낭은 지역적으로 그나마 고립돼 있고 휴양지기 때문에 도시 인프라가 덜 복잡하다. 때문에 경호 계획을 짜기가 좋고 핵 협상에 집중하기 유리하다는 점도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역시 유력 후보지로 다낭을 꼽았다. SCMP는 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베트남 해안 도시이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담과 세계경제포럼을 개최했던 다낭에서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낭은 27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사이 이틀 일정의 회담도 주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아사히신문도 "미국 측이 2차 정상회담의 베트남 개최를 북한에 제안했다"면서 "다낭의 경우 번화가로부터 떨어져 있는 리조트에선 안전 확보가 쉽다"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는 "다낭이 요인들이 회담하기에 좋은 장소"라면서 베트남 공산당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베트남으로 이동할 때 항공편 외에 중국을 거쳐 연결돼 있는 철도를 이용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다낭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만남이 가장 유력한 곳으로 APEC 회의가 열렸던 푸라마 리조트가 꼽힌다. 이 외에도 다낭에 위치한 인터콘티넨탈 호텔, 하얏트 리젠시 호텔 등도 후보군에 포함된다.

하지만 북한은 베트남의 수도이자 북한 대사관이 있는 하노이를 선호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상징성 측면에서는 베트남의 수도인 하노이가 유력하다. 때문에 워싱턴포스트(WP)는 김 위원장이 이번 기회로 미국 뿐 아니라 베트남 정상과의 별도 양자회담 등을 추진해 세계 외교 무대에서 극적인 연출을 하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노이는 또 북미 양국 대사관이 모두 설치돼 있어 정상회담 실무 준비에도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지난해 11월 말 베트남의 개혁·개방·경제발전 모델을 살펴보기 위해 나흘간 하노이를 공식 방문한 것도 사실상 북미회담을 위한 사전 답사를 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개최 장소가 다낭으로 사실상 확정됐지만 극적 효과와 안전성을 위해 확답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도 보고 있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NK NEWS는 6일(현지시각) “회담 개최지는 지난 1월 중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방북 때 베트남 다낭으로 사실상 결정됐다”며 “이미 북미 간 의견일치를 이룬 사항”이라고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일본 후지TV의 7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오는 27~28일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두고 베트남 중부 다낭의 호텔 객실 수백개를 예약하기도 했다.

후지TV는 이날 현지 당국자를 인용해 "다낭에 6일 오후 트럼프 대통령 측 관계자가 도착했다"며 "미 정부가 현재까지 해변 호텔의 객실을 수백개 규모로 예악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다낭과 하노이 사이에 갈등이 있을 지언정 베트남에서 회담이 개최되는 것은 변치 않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베트남 외무부는 6일 "베트남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환영한다"며 "한반도의 평화 유지와 안전·안정을 위한 대화를 강력히 지지한다"는 긍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베트남에선 이번 회담이 베트남의 국제적 위상 강화와 전략적 이익 증진,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도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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