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서비스 도입 앞두고 ‘소비자 외면’에 고심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오는 20일이면 서울시가 자영업자들의 카드 수수료 절감을 내세우며 선보인 모바일 간편결제 ‘제로페이’가 시범 서비스를 시행한 지 두 달째를 맞이한다. 시범 서비스 기간 이후 오는 3월부터 정식 서비스 도입이 시작되지만 현재까지 성적표는 낙제점에 가깝다는 평가다.

제로페이는 매장에 비치된 전용 QR코드를 기존 은행이나 간편결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찍으면 소비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대금이 이체되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다.

제로페이로 결제 시 판매자가 부담하는 수수료는 연 매출 8억원 이하는 0%, 8억원 초과∼12억원 이하는 0.3%, 12억원 초과는 0.5%다. 기존 카드결제 수수료보다 0.1∼1.4%포인트 낮다. 소비자 입장에서 제로페이의 최대 혜택은 40% 소득공제율이다. 신용카드(15%)와 현금(30%)의 소득공제율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처럼 다양한 혜택에도 불구하고 제로페이가 환영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결제 과정이 너무 번거롭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일반 카드나 현금으로 결제 시 10초 정도면 끝날 일이 제로페이 결제 시 1분가량 소요되는 점에 대해 큰 불편을 호소했다. 제로페이 시범 서비스 첫 날 직접 시연에 나선 박원순 시장과 국회의원들 역시 결제 과정에서 상당 시간이 소요됐다.

여기에 올해 초부터 카드사들이 시작한 ‘QR페이’ 서비스도 제로페이 입장에서는 악재로 꼽힌다. 신한·롯데·비씨카드가 공동 개발한 이 서비스의 이용 방식은 제로페이와 비슷하다. 그러나 카드 수수료 감면이 제로페이보다 적은 대신, 신용카드처럼 외상, 할부, 할인, 포인트 적립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기존의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선 제로페이보다 QR페이가 더 편하고 유용하다는 게 카드사들의 생각이다. 국민·하나카드 등 여타 카드사도 합류를 검토하고 있어 이 경우 사용자가 제로페이보다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가맹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제로페이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서울시는 자유한국당 김소양 시의원에게 제출한 제로페이 가맹점 증가현황 및 분석 자료에서 지난 1월 22일 기준 총 5만8354곳이 가맹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이는 서울시 자영업자의 9% 수준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오는 3월 프랜차이즈 업체와 편의점에서도 제로페이를 이용할 수 있는 POS(판매시점관리)시스템을 일괄 보급할 방침이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의 선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수수료가 낮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로페이 장점이 크지 않다”면서 “신용카드 사용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결제 과정마저 번거로운 제로페이를 이용할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선 이를 뛰어넘는 유인 체계가 있어야 사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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