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북미정상회담 합의문 서명하고 악수를 하고 있다. 2018.06.12./사진=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미국이 오는 27~28일 열릴 2차 정상회담 개최지를 북한에게 양보했다. 그간 개최지를 두고 베트남 하노이와 다낭 사이에서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던 북미가 결국 하노이 개최로 가닥을 잡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북미 간 오갈 ‘빅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2차 정상회담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오는 27일부터 28일까지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북미는 2차 정상회담의 개최일은 비교적 쉽게 결정했지만 개최지를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보여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시간) 김 위원장과 두번째 만남 계획을 공개하면서 27~28일 베트남이라고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도시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결국 하노이로 결정된 이번 선택에는 미국의 ‘양보’가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의 방미 당시 미국은 다낭을, 북한은 하노이를 각각 선호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CNN은 “미국의 작은 양보”라고 표현했고, 워싱턴포스트(WP)는 “북적거리는 수도 하노이는 김정은에게 베트남 지도자들과의 별도의 양자 회담을 열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미국이 장소 선택권을 북한에 주고, 이후에 북한으로부터 보다 진전된 비핵화 조치를 요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하노이를 개최지로 선호한 것은 의전과 경호는 물론 정치, 외교, 경제적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서는 베트남의 수도이자 조부 김일성 주석이 방문했던 곳으로 미국 대통령을 불러들였다는 국제적 효과를 노려볼 수도 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베트남 국가주석 및 총리와 연쇄 회담 개최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고립된 북한의 이미지를 쇄신시킬 수 있는 국제무대로 적격이라는 뜻이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북적거리는 수도 하노이는 김정은에게 베트남 지도자들과의 별도의 양자 회담을 열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그의 국제적 지위를 더욱 강화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다낭을 선호했던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했던 것을 계기로 현지에서의 경호 및 의전 경험이 있단 강점을 내세워왔다.

일각에선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조치에 상응해 줄만한 획기적인 보상을 마련하지 못했기에 위치 선정권을 북한에게 넘겼다고도 보고 있다.

현재 북미가 의제로 다뤄질 북한의 비핵화 사안에는 영변 핵시설ㆍ동창리 엔진시험장ㆍ미사일 발사대 폐기에 더해 플루토늄 재처리, 우라늄 농축프로그램 중단ㆍ폐기 등이 예측되고 있다. 이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로는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와 종전선언 정도일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북미는 이미 대략적인 사안에 대해 조율을 마친 상태다. 김현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지난 6~8일 북한 평양에서 실무협상을 벌였다.

협상을 마친 비건 대표는 9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예방한 자리에서 "생산적인 협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장소까지 구체화되는 걸로 보아 대략적인 맥락은 확정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2차 북미회담의 하노이 개최를 올린 후 10분 뒤 또다시 트위터를 통해 "북한은 김 위원장의 지도력으로 위대한 경제 강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비핵화에 대한 경제적 상응 조치를 암시하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김 위원장을 잘 알게 됐고 그가 얼마나 능력이 있는지 완전히 이해했기 때문에 김 위원장에 대해 전혀 놀라지 않았다"며 "북한은 다른 종류의 로켓이 될 것이다. 그건 바로 경제적 로켓"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의 역사적 첫 만남 1차 북미정상회담 때와 달리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에선 더욱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지난 1차 북미정상회담이 북미의 최초 만남만으로 극적인 연출을 보인 것을 넘어 이제는 실질적인 성과가 필요하다는 것.

이에 이번 북미의 만남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이에 따른 미국의 상응조치와 관련한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미국은 그간 ‘일괄타결식 비핵화’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강도 높은 대북제재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를 주장해왔다. 이같은 간극이 북미를 교착관계에 빠지게 했다면, 지금은 미 측에서 북한의 의견을 수용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태도 역시 적극적으로 변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비건 특별대표는 9일 한국 측 인사들에게 “방북 협의가 생산적이었다”며 “북한 측이 예전과 비교해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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