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기자수첩 기자수첩 먹물들의 수첩
[기자수첩] 은행권 세대교체 바람과 ‘베이비부머’ 세대의 퇴장희망퇴직 신청에 최다 인원 몰려…은행권 ‘인력감축’ 본격화
경제부 고병훈 기자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한국전쟁이 끝난 1953년 직후 대한민국은 폭발적인 인구증가 현상을 맞이했다. 특히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출생한 이들은 ‘베이비부머’ 세대라 불리며, 한국 현대사의 모든 순간을 함께 했다.

이들은 1950년대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던 대한민국이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루는 과정을 경험하고, 1980년대에는 대학생활을 하며 민주화투쟁에 앞장섰다. 또한 1997년 외환위기로 국가부도라는 시련도 겪었다.

2019년 새해가 밝으면서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올해는 은행권에서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베이비부머 세대의 대거 은퇴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5대 은행(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은행) 모두 연초부터 희망퇴직을 추진하며, 최대 3년치 임금에 학자금과 전직 지원금 등의 조건을 후하게 제시하자 수백명씩 손을 들고 나섰다. 시중 은행들의 희망퇴직 인원을 합치면 약 2000여 명에 가까운 은행원들이 현장을 떠나게 될 전망이다.

은행이 희망퇴직에 나선 이유는 단연 ‘인력감축’이다. 인터넷뱅킹과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은행에서 인력이 과거만큼 필요하지 않게 됐다. 여기에 50대 직원이 받는 높은 연봉도 은행 측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에선 600여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임금피크제 희망퇴직(407명) 규모의 1.5배 수준이다. 특별퇴직금은 임금의 21∼39개월치며, 자녀 학자금과 재취업 지원금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신한은행은 230여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700여명에 견주면 급감했지만 당시 특수 상황을 감안하면 예년 수준 이상 규모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에는 직급 제한을 두지 않고 근속연수 15년 이상, 1978년생 이상이면 신청할 수 있게 했다.

신한은행은 특별퇴직금으로 최대 월평균 임금의 36개월치를 준다. 여기에 자녀 대학 학자금 최대 2800만원, 전직·창업 지원금 1000만원 등을 추가로 지원한다.

우리은행은 희망퇴직 대상자 500명 중 400여명이 신청했다. 희망퇴직 대상자 대비 신청자 비율이 80%로 매우 높다. 신청자는 지난해 1000여명 보다 적지만 역시 당시 사정을 고려하면 신청자가 상당히 많은 편이다. 다른 시중은행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특별퇴직금이 적었는데 민영화가 되면서 혜택이 다른 은행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 신청자가 대거 몰렸다.

우리은행은 특별퇴직금으로 최대 월평균 임금 36개월치를 준다. 여기에 중학생 이상 자녀 1인당 학자금 2800만원과 재취업 지원금 명목 2000만원 등을 지급한다.

하나은행은 올해 만 55세가 되는 1964년생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대상자는 330여명이다. 특별퇴직금으로 최대 36개월치 임금을 준다. 또 자녀 학자금으로 최대 2000만원, 재취업·전직 지원금으로 2000만원 등을 얹어 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희망퇴직 조건이 나쁘지 않아 예전과 달리 등 떠밀려 나가기보다는 적극적으로 희망퇴직을 이용해 새 삶을 찾으려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나 은행들 모두 올해를 인력 구조조정의 적기로 보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역시 올해 상반기 은행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희망퇴직을 적극적으로 실시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이자 장사로 돈 벌어 퇴직금 잔치나 벌인다는 비판에 신경 쓰지 말고 희망퇴직을 과감하게 하라는 것이다. 인력 구조조정을 하는 대신 그만큼 청년층을 더 채용하라는 취지에서다.

일각에서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퇴직한다고 해서 그 일자리가 고스란히 청년 세대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고령층 일자리와 청년 일자리는 시장이 다르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베이비부머가 본격적으로 은퇴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소비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며 “고령 인구의 비율이 높아지며 생산성은 떨어지고 구매력이 약화해 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깨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와 일자리 시장에 불고 있는 세대교체 바람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됐다.

우리나라의 베이비부머 세대는 한국경제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 이들로,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이들의 풍부한 인생 경험과 노하우를 필요로 한다.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앞두고 있는 이들의 인생 설계를 위한 사회공헌형 일자리 창출 및 교육·상담 등 다양한 지원책도 반드시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고병훈 경제부 기자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dnwnqkddj3@naver.com
금융지주. 은행. 보험. 증권. 카드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 받습니다] 월요신문 MDN이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뉴스 가치나 화제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기사 제보 및 사진·영상 등을
월요신문 편집국(wolyo2253@daum.net / 02-2253-4500)으로 보내주시면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