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2019.01.23./사진=뉴시스

[월요신문=김예진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의 심리를 24기수 어린 후배 판사가 맡게 됐다.

12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을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에 배당했다.

또한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도 이 재판부에서 심리할 예정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번 배당을 적시처리가 필요한 중요사건으로 지정한 뒤 연고관계, 인사이동 등을 고려해 16개 형사합의부 중 재판부 몇 곳을 추린 뒤 무작위 배당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배정된 형사합의35부는 지난해 11월 사법농단 사건에 대비해 형사합의34·36부와 함께 신설된 곳이다. 당초 김도현(52·26기) 부장판사가 형사합의35부 재판장이었으나 개인 사정 등을 이유로 한 달 만에 사무분담 변경을 요청, 재판장이 교체됐다.

현재 재판장은 박남천(52·26기) 부장판사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고 양 전 대법원장의 까마득한 후배다. 그는 지난 1997년 광주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서울중앙·동부·서부·북부지법, 서울고법, 광주지법, 의정부지법에서 근무했다.

박 부장판사는 이른바 ‘엘리트 코스’로 불리는 법원 행정처에서 일한 경험은 없다. 그는 지난해부터 서울중앙지법 민사31단독에서 국정농단 위자료 소송, BMW 화재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을 맡아 왔다.

그는 지난 2017년부터 서울북부지법에서 형사사건을 맡았고 “양형이 엄격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이 중형을 받게 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다만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이 시작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워낙 혐의가 방대한데다가 검찰의 공소장만 해도 269쪽에 달하기 때문.

아울러 양 전 대법원장은 모든 혐의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검찰과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에는 ‘직권남용’ 유무죄를 판가름하는 것이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 측 입장이 팽팽할 것으로 보여 재판부의 판단이 더욱 중요해졌다.

한편 양 전 대법원장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총 47개 혐의로 기소됐다.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은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 개입 및 사법행정권 남용에 깊이 관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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