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 호남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서 황교안, 오세훈, 김진태 후보자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19.02.14./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 후보자가 우여곡절 끝에 확정됐다. 선거까지 2주도 남지 않은 김진태·오세훈·황교안 후보자는 각자의 방향으로 예상치 못한 중간 성적을 내고 있다.

당권에 출마한 김진태·오세훈·황교안 후보자는 지난 14일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 충청·호남권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각자의 강점을 내세워 지지를 호소했다.

친박으로 분류되는 황 후보와 김 후보는 각각 “자유우파 대통합”과 “지켜 달라”는 말을 앞세워 연설을 이어갔다. 유일하게 비박으로 분류되는 오 후보는 중도층을 아우르는 개혁 보수를 강조했다. 그는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친박 성향인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내년 총선은 필패"라고 호소했다.

이중 특히나 김 후보는 '5·18 망언' 논란으로 김순례 의원과 함께 이날 당 중앙윤리위원회에서 징계 유예 판정을 받았다. 같은 논란에 휩싸인 이종명 의원은 이날 제명 처분을 받았다. 김 후보와 김 의원의 유예는 일단 전당대회 이후로 미뤄진 상황이다.

이에 김 후보는 합동연설회에서 “인생이 왜 이렇게 파란만장한 지 모르겠다. 여기까지 오는 도중에도 '돌아와라' 할까봐 가슴이 벌렁벌렁했다”며 유예 판정을 언급했다.

이어 김 후보는 "그래도 완주할 수 있게 됐다. 끝까지 완주하겠다"면서도 “여러분, 그런데 지금 완주 가지고 만족할 때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 징계는 전당대회 마지막 날까지 보류만 된 것"이라며 "그 날 제가 당대표가 되지 못하면 이 당에서 김진태가 쫓겨날 수도 있다. 제가 쫒겨나도 되겠습니까"라고 지지자들에게 반문했다.

지지자들의 대답에 그는 "여러분, 이 자유한국당에 그래도 김진태가 있어야 되지 않겠느냐"며 “여러분이 저를 지켜주셔야 한다. 당대표가 될 수 있도록 확실히 밀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번에야 말로 한 번 세대교체, 화끈하게 해 보자. 제가 당대표 되면 애국세력과 자유한국당의 힘을 모으는 진정한 '보수우파 통합'을 이루게 된다"면서 "저 김진태를 살리는 것은 우리 당을 살리는 것이고 대한민국을 살리는 것이다. 저를 지켜 달라"고 덧붙였다.

김 후보는 앞서 불출마 선언을 했던 홍준표 전 대표에 밀려 황교안·오세훈·홍준표 3파전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5.18 망언’ 논란 이후 여론은 비난으로 들끓는 동시에 태극기 부대와 같은 지지층이 더욱 공고해졌다는 후문이다. 이에 김 후보는 기세를 몰아 여론을 무시한 채 ‘5.18 망언’에 대한 주장을 밀고 나가는 중이다. 일각에서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반성 없는 그의 태도를 비난하기도 했지만, 김 후보에게는 인지도와 단단한 지지층을 얻은 셈이다.

하지만 이같은 논란이 다른 유력주자 황 후보와 오 후보에게는 김 후보를 향한 공세카드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당도 만약 김 후보가 신임 당 대표가 된다면 난감한 상황이다. 그의 당선이 징계의 '면죄부'로 비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 비교적 정치적 공세에 안전한 오 전 시장은 지난해 지방선거 참패를 상기시키며 개혁보수 가치를 내세운 통합을 주장했다. 나머지 두 후보를 추켜세우면서도 이들로는 총선승리도, 정권교체를 할 수 없다고 설득했다.

오 후보는 "황교안·김진태 후보, 물론 훌륭하다. 두 분 다 훌륭한 이념형 지도자다. 우리 당의 정체성에도 맞는 강성 보수임이 분명하다"면서도 "그러나 적어도 수도권에서는 필패다. 정당 지지율이 아직 민주당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수도권에서 이기려면, 중간지대 중도층 부동층의 표심을 얻어야 한다"고 중도표의 가치를 설파했다.

그러면서 오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그는 "당원 동지 여러분, 이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라며 “내년 선거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화두가 된다면 우리는 필패다. 국민 눈에는 우리의 불행했던 과거가 떠오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 불행히도, 불행하게도, 황교안·김진태 두 분을 보면 어쩔 수 없이 박근혜 대통령이 생각난다. 그러면 총선 필패다"라며 "총선에서 이겨야 감옥에 계신 두 분 전직 대통령, 공정하게 역사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회유책을 썼다.

오 후보의 이같은 발언은 특히 박 전 대통령 당시 국무총리를 역임했던 황교안 후보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황 후보는 연설에서 '자유우파 대통합'만을 강조했다.

황 후보는 다른 후보자를 여러 차례 거론한 오 후보와 달리 ‘네거티브’ 전략을 과감히 생략했다. 황 후보는 오 후보와 김 후보에게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고, 당과 나라를 위하는 일에 무한대로 협력하며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자. 서로에게 손가락질하는 일은 이제 그만 끝내야 한다"며 여유로운 태도를 고수했다.

특히 황 후보는 "우리 자유한국당은 참으로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가시밭길을 넘어서 오늘 이 자리까지 왔다"며 "이제 통합의 울타리를 넓혀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로 나아가야 한다"고 서두부터 ‘통합’을 언급했다.

이어 “지금 온 나라가 총체적 난국이다. 철 지난 좌파이념으로 자유민주주의의 헌법정신까지 흔들고 있다”며 “도대체 지금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느냐”고 호소했다.

황 후보는 “이미 국민들은 이 정권에 기대를 버렸다. 국민들의 마지막 희망은 바로 우리 자유한국당이다”라며 “우리가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압승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끝으로 "자유우파 진영 모두가 자유한국당의 빅텐트 안에 똘똘 뭉쳐야 한다. 저는 당의 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며 "저 황교안은 어떤 개인적 욕심도 없다. 자유우파의 대통합에 이 한 몸 바치겠다"고 지지를 당부했다.

황 후보는 친박 세력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박 전 대통령 변호인 폭로로 약간 주춤한 모양새다. 앞으로 3차례의 합동연설회와 6차례의 토론회가 남았다. 아직은 ‘황교안 대세론’이 이어진 가운데 김 후보와 오 후보는 당내 지지도가 높은 황 후보를 향해 동반 견제 협공을 벌일 수도 있다.

다만 전당대회가 가까워질수록 비박계가 결집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오 후보가 수도권을 언급한 만큼 수도권 의원을 중심으로 오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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