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극단적 선택…열악한 근무환경 지적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BC카드의 첨단화 사업을 진행하던 한 IT개발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가 사망 원인으로 지적된 가운데, 지난해 12월 산업은행 차세대 프로젝트 개발을 담당하던 IT개발자가 숨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와 비슷한 일이 반복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BC카드 첨단화 사업에 투입됐던 IT개발자 A씨는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지난 설 연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해당 사건은 A씨의 한 동료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BC카드의 불합리한 업무환경을 제보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A씨의 동료 B씨는 청원을 통해 “작년 산업은행에서 업무 중 심장마비로 급사한 IT개발자의 죽음을 채 잊기도 전에 이번에는 BC카드에서 숨진 IT개발자가 있다”며 “이 개발자는 30여년을 해당 업무에 종사하였기에 업무능력은 탁월했고, 리더십도 출중한 분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이런 분이 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B씨는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무리한 일정과 발주사의 갑질, 열악한 근무 환경 등을 지적하며 청원을 이어갔다.

B씨는 “난이도와 상관없이 일주일에 무조건 몇 개를 채워야하고, 개인별 실적을 일일이 공개하며 52시간을 준수를 강요했다. 저녁도 먹지 않은 채 일에 매진하여도 그 실적은 채울 수가 없었다”면서 “과도한 업무량이면 인력을 더 투입해야 한다는 상식적인 사실을 그들이 모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이 아닌 다른 이의 스트레스쯤은 당연한 거라고 여기는 것인지, 아니면 기업의 이윤이 우리 목숨보다도 더 소중한 것인지, 그들의 이윤은 우리의 피·땀·눈물이다”라고 호소했다.

또 “우리는 정당한 대가와 대우를 받으며,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며 일하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너무 처참하다”며 “무리한 수정 요청과 실적을 체크하는 그들의 무시와 압박은 모멸감을 가지게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책임감으로 자신의 목숨까지 버릴 정도로 최선을 다하는데 우리가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 것이냐”면서 “능력이 출중한 수많은 분들이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 비극적인 일이 그들에게 혹은 나에게 오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며 IT 개발자의 처우개선을 요구했다.

숨진 A씨가 참여한 BC카드 첨단화 사업은 수주 업체가 총괄하고 있으며, 이 업체가 일부 업무를 1차 협력사인 KT DS에 이관하고 이 업체는 다시 2차 협력사를 두는 등 하청·재하청으로 이어지는 구조로 운영됐다. 숨진 A씨는 2차 협력사 소속 직원이었다. 지난해 사망자가 발생한 산업은행 차세대 프로젝트 개발도 이와 유사한 방식인 ‘갑’ 산업은행, ‘을’ SK C&C, ‘병’ 1차 하청업체 순으로 진행됐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고용방식은 사건·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질 우려가 있으며, 무리한 실적 요구와 열악한 근무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사업 진행 과정에서 사망자까지 발생했지만, 본 사업을 담당한 BC카드, KT DS 모두 정확한 정황을 파악하는데 상당 시간이 소요됐다.

BC카드 관계자는 “해당 직원 분은 당사 소속이 아닌 협력사 소속 직원”이라며 “당사가 진행하는 사업에서 이러한 사건이 발생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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