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도권 분양 단지 ‘잔여가구’ 속출

사진 = 뉴시스

[월요신문=지현호 기자] 부동산시장에 집값 하락폭이 확대되고 있다.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규제 지속 의지가 분명해 이러한 현상은 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투기수요 위축이 분양시장으로 이어지면서 수도권 ‘청약불패’도 옛말이 되고 있다.

지난 18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역전세 관련 추가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집값에 대해서도 더 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역전세난 우려가 있지만 아직 대책을 내놓을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집값 하락세에 대해서는 “그간 급등세를 고려하면 더 안정될 여지가 있고 그렇게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변함이 없다는 것을 재확인한 셈이다. 부동산시장은 냉랭한 분위기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월 3주차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은 매매 -0.09%, 전세 -0.12%를 기록했다.

매매가격은 설 연휴로 주춤했던 전주보다 하락폭이 확대됐다. 수도권은 -0.08%를 기록했다. 서울이 -0.10% 가장 낙폭이 컸다. 그간 가격 상승에 따른 보유세 부담, 세제강화 및 대출규제 등 하방요인으로 추가 하락을 기대하는 매수 대기자의 관망세, 전세시장 안정 등의 영향이다.

새 아파트 공급이 이뤄진 인천과 경기는 각각 -0.06%, -0.07%를 기록했다.

지방은 -1.0%를 기록했다. 5대광역시 하락폭이 -0.06%로 확대됐다. 지역경기 침체가 장기화도니 울산의 낙폭이 컸다. 세종은 전반적으로 매수자 우위 시장이 이어지고 있어 하락폭은 -0.05%로 전주보단 축소됐다.

8개도는 0.13% 하락했다. 제주와 전남이 각각 0.03%, 0.02% 상승 전환하면서 일부지역(전북·충북·경남) 낙폭 확대를 방어했다.

전셋값은 전국적으로 0.12% 떨어졌다. 전주보다 하락폭이 확대됐다.

수도권은 -0.15%를 기록했다. 서울(-0.22%)은 집값 하락 우려에 따른 매매수요의 전세 전환과 계절적 수요 등으로 거래량이 늘었지만, 새 아파트 입주율 하락 등으로 세입자 우위시장이 이어지며 17주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이는 최근 10년간 최장기간 연속 하락이다.

인천(-0.08%)은 연수구와 중구에서 각각 -0.24%, -0.14% 하락이 나타나면서 하락폭이 확대됐다. 경기도(-0.13%)는 의왕(-0.87%), 화성(-0.38%) 등이 하락세를 이끌었다.

지방은 -0.08%를 기록했다. 5대광역시는 대구(0.02%)에서 신축단지 위주로 전셋값 상승세가 나타났지만 울산(-0.18%) 등은 하락세를 보였다. 세종(-0.05%)은 보합에서 하락으로 전환됐고 8개도는 -0.12%로 낙폭이 축소됐다.

누계기준으로는 올해 들어 매매가격은 0.55%나 하락했다. 오름세를 이어갔던 지난해 동기와는 상반된 분위기다. 서울의 경우 -0.69%로 내림폭이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충북(-1.21%), 경남(-1.29%), 울산(-1.19%), 경북(-1.04%)은 벌써 1% 이상 집값이 하락했다.

아파트 값이 오른 지역도 있다. 광주는 올해 들어 0.16% 매매가격이 상승했고 대전은 0.25% 올랐다. 전남은 0.20%를 기록했다.

전셋값은 올해 0.69% 하락했다. 서울(-1.20%), 울산(-1.50%), 충북(-1.42%), 경남(-1.13%) 등의 낙폭이 컸다. 수도권도 0.84%나 하락했다.

기존 주택시장을 중심으로 얼어붙기 시작한 매매심리는 차츰 신규 분양시장으로도 전가되는 분위기다.

청약불패를 자랑했던 수도권에서조차 미분양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의 관심을 끌었던 대우건설의 ‘판교 퍼스트힐 푸르지오’는 오는 22~23일 잔여가구 추가 모집을 진행한다. 청약 부적격자 또는 포기자가 나오면서 120가구가 남았다. 이 단지는 1순위 청약 결과 평균경쟁률 9.63대 1을 기록했던 곳이다. 앞서 포스코건설이 선보인 ‘판교 더샵 포레스트’ 역시 최근 잔여 가구 추가 모집을 진행했다.

대림산업이 서울 광진구에 분양한 ‘e편한세상 광진그랜드파크’는 730가구 모집에 1170명이 청약, 평균경쟁률 1.6대 1로 미분양을 기록했다. 서울 용두동에 공급한 ‘e편한세상 청계센트럴포레’도 90여가구 잔여가구로 나온 바 있다.

GS건설이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지구에서 선보인 ‘일산자이3차’도 잔여가구가 나왔다. 한신공영이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선보인 ‘검단신도시 한신더휴’는 1순위 청약에 대거 미달을 기록했다.

분양가상한제 덕에 ‘로또’로 불리며 과열 양상을 보였던 수도권 청약시장이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건설사들도 이러한 분위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칫 미분양 위험을 줄이기 위해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 중도금 전액 무이자, 발코니 무상확장 등 특별혜택을 제공하는 경우도 곳곳에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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