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8년 만에 대규모 적자 기록…‘성장 정체기’ 우려도 나와

이현 키움증권 대표이사.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비롯해 사업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는 키움증권의 ‘위기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예상치 못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수익 관리에 적신호가 켜진 모습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작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5% 감소한 2890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당기순이익은 1932억원으로 전년(2402억원) 대비 19.5%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에만 220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전분기(485억원) 및 전년 동기(762억원) 대비 모두 크게 감소했다. 이는 8년 만에 첫 분기 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키움증권은 최근 몇 년 새 사업다각화를 위해 자회사를 급격히 늘렸지만, 이 자회사들의 실적 부진이 뼈아프게 다가왔다. 자회사들의 실적 악화는 자기자본이익률(ROE) 하락으로 이어졌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키움증권의 작년 연결 기준 ROE는 10.7%로 전년 대비(17.2%) 6.5% 하락했다. 업계에서 높은 ROE를 자랑하던 키움증권은 지난 2015년(18.7%)과 비교하면 3년 새 8%나 하락하며 꾸준히 내리막을 타고 있다.

키움PE, 키움인베스트먼트, 키움저축은행, 키움인도네시아, 키움투자자산운용 등 키움증권의 주요 종속회사들 모두 실적이 하락했다. 이 가운데 PEF 운용사인 키움PE의 영업이익은 6억원으로 전년 대비 85%나 급감했다.

키움증권 측은 “증시 조정에 따른 운용부분 손실 발생과 시장거래 대금 감소로 인한 수익감소가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키움증권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이 실제 성사되면 수익성 하락과 ROE 하락이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키움증권이 중소형 증권사 가운데 주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해왔지만, 이제는 성장 정체기에 접어든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의 ROE는 지난 2015년 18.7%를 정점으로 작년 10.7%까지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며 “단순 위탁매매 플랫폼에서 탈피하려는 회사의 전략은 타당하나 그 과정에서 소액주주 고통은 증가할 것이며, 실제 인터넷은행 진출이 성사될 경우 ROE 하락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박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은 플랫폼 기반 비즈니스 모델에 큰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최근 증권업은 자본력 싸움”이라며 “투자를 위해 자본 확대 등 적극적인 외형 확장을 추구하고 있어 자기자본이익률(ROE)의 유지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지난 19일 키움증권은 하나금융그룹, SK텔레콤과 손잡고 제3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도전을 공식화했다. 키움증권을 비롯한 3사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 준비에 들어갔다. 금융당국은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매뉴얼을 확정하고 다음 달 26∼27일 신규 인가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이번 컨소시엄은 증권, 은행, ICT 등 각 분야의 리딩 기업들이 참여함으로써 인터넷전문은행의 안정적 운영의 필수요소인 재무적 안정성까지 확보했다”며 “컨소시엄에 참여한 3사는 향후 재무적 안정성을 기반으로 한 금융 혁신을 통해 포용적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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