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억원대 손실 발생한 ‘ABCP 부도사태’…법정 공방 지속

권희백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진=한화투자증권>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다음달 임기가 만료되는 권희백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의 연임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27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권희백 대표를 최고경영자로 추천했다. 이청남 대양코리아 대표, 김용제 민우세무법인 회장, 김원용 차의과학대학교 석좌교수 등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된 임추위는 만장일치로 권 대표의 연임을 지지했다.

1988년 한화투자증권에 입사한 이후 지난 2017년 7월 대표이사에 취임한 권 대표는 수년간 적자에 시달리던 한화투자증권의 실적을 크게 개선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의 작년 영업이익은 972억원으로 전년 대비 48.5%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매출액은 1조9019억원, 당기순이익은 724억원으로 각각 11%, 30% 증가했다.

대규모 주가연계증권(ELS) 손실로 2016년 순손실이 1608억원에 달했던 한화투자증권은 권 대표 취임 후 2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여기에 한화투자증권은 26일 공시를 통해 10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내달 열릴 정기주주총회에서 이번 증자가 결의되면 계열회사인 한화자산운용이 보통주 4210만주의 신주를 주당 2375원에 배정받는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번 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1조원대 진입과 동시에 중·대형사 지위를 확고히 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말 기준 9000억원대인 자기자본은 유상증자를 마치게 되면 1조원대로 증가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GCG)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 사태로 한화투자증권과 투자사 간 소송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권 대표의 연임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5월 이베스트투자증권과 함께 CERCG의 자회사가 발행한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1650억원 규모의 ABCP를 국내에 발행했다. 해당 ABCP는 현대차증권(500억원), KB증권(200억원), KTB자산운용(200억원) 등 9곳이 매입했다.

문제는 1억5000만달러 규모의 이 채권이 약 5개월 후 만기일을 맞았지만 지급보증을 이행하지 않아 부도 처리가 났고, 이 회사채를 기초 자산으로 담은 ABCP도 동반부도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현대차증권은 지난해 12월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등의 소송을 제기했다. 가장 많은 채권을 매입한 현대차증권은 피해액 500억원 중 225억원을 미리 손실 처리하기도 했다.

금융당국도 ABCP 부도사태에 대해 법적 책임이 있는 주관사를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이라 간주하고 철저히 조사할 방침임을 밝혔다. 경찰도 이미 한화투자증권 본사를 한 차례 압수수색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경찰은 한화투자증권 직원 심 모 씨가 중국에서 회사채를 판매하면서 중요 사안을 고지하지 않아 손해가 발생했다는 현대차증권의 고소를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심씨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는지를 살펴볼 방침이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당사는 CERCG ABCP라는 유동화증권을 ‘사모’로 발행했으므로 자산관리자일 뿐이지 관련 법령에서 말하는 주관회사가 아니므로 CERCG에 대한 실사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며 “민사소송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