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8일(현지시간)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의 단독 회담을 마치고 회담장 주변을 거닐며 얘기하고 있다. 2019.02.28./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을 가졌지만 결렬됐다. 예상 밖의 결과에 우려와 비난의 목소리가 뒤섞여 나오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과 북한은 각기 다른 목소리로 사태 해결에 나섰다.

◆美, 비핵화 압박 수위 ‘변화없음’ 가능성은 '긍정'

이번 결렬사태의 최대 쟁점은 '영변 핵시설의 폐기에 따른 핵심 경제제재의 전면 해제'였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를 언급한 이후 이번 하노이 북미정상회담까지 ‘영변 핵폐기+a’ 카드를 내놓지 않았다. 일단 영변 핵폐기 카드를 제시했으니 경제제재를 풀어주면 이후 +a의 비핵화 조치를 이행하겠다는 뜻이다.

반면 미국은 핵시설(미래 핵) 외에 핵물질(현재 핵)과 핵무기(과거 핵)까지 폐기하거나, 최소 영변 외의 조치를 바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제 2차 북미 정사회담이 결렬된데 대해 "북한은 제재 해제에 앞서 뭔가 많은 것을 하려는 의지가 약했다"고 말했다고 CNN방송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미 공화당 최대 후원단체 보수주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해 "그러나 알다시피 그것(북한의 양보)은 그곳에서 일어나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로아터통신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은 만약 그들이 합의를 이룬다면 믿을 수 없는, 빛나는 경제적 미래를 가질 것"이라며 "하지만 만약 그들이 핵무기들을 가진다면 어떠한 경제적 미래도 갖지 못한다"고 압박했음을 보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나는 이미 우리가 협상중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혀 향후 북한과의 만남을 시사하기도 했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문서로 '빅딜' 제안을 전달했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잇따라 방송된 폭스뉴스와 CBS, CNN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빅딜 성사를 원했고 아주 강하게 밀어붙였으나 북한이 그러려고 하지 않았다"며 비핵화와 핵·생화학 무기 및 탄도미사일 포기를 언급했다.

이어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하나는 한글, 하나는 영어로 된 문서 2개를 건넸다"며 그 문서는 미국이 기대하는 바와 북한의 경제적 미래에 관한 것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빅딜’ 제안을 구체화함으로써 북한을 유인함과 동시에 압박하려는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볼턴 보좌관은 그러면서도 2차 북미회담을 ‘노딜’로 평가하는 것을 극구 피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에서 문을 열어놨으나 그들(북한)이 걸어들어오지 않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적절한 때에 김 위원장과 다시 얘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북한과의 재협상 여지를 남겨뒀다.

특히나 볼턴 보좌관은 미국 내에서도 강경파로 분류된다. 이에 그는 강경 발언도 놓치지 않았다.

볼턴 보좌관은 "다들 오랫동안 시간은 (핵)확산자의 편이라고 믿었지만 현재 우리의 판단으로는 시간은 트럼프 대통령의 편"이라며 "최대압박은 계속될 것이고 김정은에게 진짜 충격(real impact)이 있을 것"이라고 강경파다운 면모를 보였다.

북측은 이번 북미 결렬에 대해 이렇다할 보도가 없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1일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반도의 비핵화와 조미(북·미) 관계의 획기적 발전을 위해 앞으로도 긴밀히 연계해나가기로 했다"면서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먼길을 오가며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 데 대해 사의(謝意)를 표하고 새로운 상봉을 약속하며 작별인사를 나누었다"고 했을뿐 북미 결렬의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韓, 중재자 문 대통령 역할론

북미 협상이 새로운 정국을 맞은 가운데, 한국은 또다시 중재자 역할의 부담을 안게 됐다.

우선 한국과 미국 국방당국은 올해부터 키리졸브(KR:Key Resolve) 연습과 독수리훈련(Foal Eagle)이란 이름의 연합훈련을 하지 않겠다고 3일 발표했다. 국방부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부 장관 대행이 지난 2일 오후 10시부터 45분간 가진 전화통화를 통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미 국방당국의 연합훈련 개편 결정은 현재의 한반도 안보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풀이된다. 한미 양국이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를 이끌어 내기 위한 외교적 협력에 총력을 가하고 있는 국면에서, 이를 군사적으로도 가세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

즉 지난 달 결렬됐던 하노이 북미회담의 심각성을 통감하며 북한에게 소통 의지를 보이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오후 2시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한다.

이번 회의는 북미 간의 입장에 대한 정확한 상황이 파악이 선행 돼야 중재를 나설 수 있다는 판단 하에 향후 대응 방안을 모색할 전망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3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안건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와 대응방안"이라며 "현재 단계는 하노이 회담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실제로 (북미 정상 간) 어떤 대화가 오고 갔고 어디에서 매듭이 꼬였는지 등 하노이 회담에 대한 상황을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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