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두 차례 전산장애…전산운용비 ‘업계 최저’ 수준

KB증권 본사 전경. <사진=KB증권>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KB증권이 연이은 ‘전산사고’로 고객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두 번이나 전산장애가 발생하며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가중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북미정상회담이 한창이던 지난달 28일 3시 10분께부터 20∼30분간 KB증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일부 서버에서 시세 조회 지연 현상이 발생했다. 매매 등 다른 서비스는 정상이었으나 많은 고객이 일시적으로 접속과 계좌 조회 등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장 마감을 30분가량 앞두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오찬 취소 가능성이 제기되며 오후 3시경부터 급락하기 시작했다.

KB증권 측은 “오후 3시 전후로 북미 정상회담 결렬 관련 소식이 전해지면서 장이 급락해 투자자들의 접속이 급증한 영향으로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KB증권은 지난 1월에도 홈트레이딩시스템(H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전산장애가 발생하면서 많은 고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날 발생한 전산장애는 현재시세 조회, 주문체결 등을 제외한 관심종목 조회 및 시세 반영 항목에서 발생했다. 특히 관심종목에 현재가가 아닌 지난 주가가 반영되면서 고객들이 혼란을 일으켰다.

시스템 미비로 인한 전산사고가 한 달 간격으로 연이어 발생하자 투자자들은 이런 일이 재발할 경우 자칫 큰 피해로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번 두 차례 전산사고로 다수의 투자자들은 로그인 및 매매불가로 주가 급락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해 피해액이 상당하다며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온라인 고객센터를 통해 피해를 접수하고 보상을 기다리고 있지만,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데 상당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한 투자자는 “북미정상회담 결렬 소식에 남북경협주 주가가 하락할 걸 뻔히 알면서도 이를 제때 매도하지 못해 큰 손실을 입었다”면서 “정상화 이후 본사에 보상을 요구했더니 고객들에게 순차적으로 연락중이니 기다려달라는 답변만 계속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한 투자자는 “서버가 다운된 40분이라는 시간 동안 불안에 떨고 있던 정신적 피해도 상당하다”면서 “KB증권의 공식적인 입장과 보상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B증권 관계자는 “불미스러운 일로 고객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려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접수된 민원에 대해서는 피해 현황을 파악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이와 같은 전산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증권업계는 각종 전산 관련 사고로 몸살을 앓았다. 이에 주요 증권사들은 ‘디지털 혁신’을 올해 최우선 추진 과제로 삼고 혁신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KB금융도 지난해 말 ‘디지털 혁신부문’을 신설해 그룹 내 디지털·정보기술(IT)·데이터 부문을 총괄하도록 하고, ‘디티(DT·Digital Transformation)’ 전략을 전 그룹 차원으로 확대하는 등 디지털 역량 강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각 증권사들이 ‘디지털 혁신’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투자는 미비한 상황”이라며 “특히 KB증권의 전체 판매관리비 대비 전산운용비 비중은 2.7%로 업계 최저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증권사 57곳의 전산운용비 비중이 평균 6.5%이며, 키움증권은 전산운용비 비중이 20%에 달할 정도로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KB증권은 시스템 안정화를 위해 디지털 부문에 대한 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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