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횡령 의혹까지…당국 “명백한 결격 사유”

김범수 카카오 의장.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기 위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발목이 잡혀 있는 카카오는 최근 김 의장의 ‘횡령 의혹’까지 대두되면서 대주주 적격 심사에 빨간불이 켜졌다.

현행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따르면 최대주주는 금융관련법령·공정거래법·조세범처벌법·특경가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두고 있다. 하지만 카카오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계열사 신고 누락 혐의와 카카오M의 공정거래법 위반(온라인 음원 가격 담합) 전력이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권희 부장판사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김범수 카카오 의장에게 벌금 1억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약식명령은 혐의가 무겁지 않은 사건에서 공판 없이 벌금·과료 등을 내리는 절차다.

공정거래법은 공시대상 기업집단 회사가 주주의 주식 소유 현황, 재무상황, 채무보증 현황 등을 공정위에 투명하게 신고하도록 한다. ‘일감 몰아주기’ 등 대주주 일가의 전횡을 막기 위한 제도다. 이를 어길 경우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김 의장은 지난 2016년 계열사 5개를 신고에서 누락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날 신세계 이명희 회장을 비롯해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에게도 벌금형이 내려졌다.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M도 음원담합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2016년 1억원의 벌금형을 받은 바 있다.

여기에 지난해 10월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는 다음과 카카오 합병 당시 합병비율과 회계를 조작해 회사 가치를 부풀려 2조8000억원을 횡령했다는 이유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투기감시센터는 “합병과정에서 유사기업이 없다는 이유로 비교주가를 산출하지 않고 합병비율을 결정했다”면서 “김 의장은 카카오의 합병주가를 산출할 때 이자할인방식의 10.74배를 부풀려 2조8000억원을 횡령·배임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의장은 “상장사와 합병하는 과정에서 개인사익을 취할 수 없는 구조”라며 “횡령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검찰이 이 사건에 대해 수사에 착수하고, 고발인 조사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사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는 “고발장에 담긴 내용을 보고 검찰이 직접 수사해야 할 사안인지 검토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김 의장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최종 선고받은 상황에서 횡령 혐의까지 추가될 경우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검찰이 김 의장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게 될 경우 심사 자체가 상당 기간 지연될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게 되면 적격성 심사에서 명백한 결격 사유에 해당된다”면서 “법원의 판결이 최종 확정될 때까지 심사를 보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편 카카오 관계자는 “당시 계열사 5곳의 신고가 누락된 것은 담당자의 단순 과실이었다”면서 “공정위에서도 단순과실로 판단해 경고조치로 끝난 사건인 만큼 정식 재판에서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장의 횡령 의혹에 대해서도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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