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8일(현지시간)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의 단독 회담을 마치고 회담장 주변을 거닐며 얘기하고 있다. 2019.02.28./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북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설이 북미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지만 오히려 서로 간 대화 의지를 확인시켰다.

북한이 해체를 약속했던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 미사일 발사장을 복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는 7일(현지시간) 전날 위성사진을 근거로 제시하며 미사일 발사대와 엔진 시험대를 재건하려는 '신속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풀이했다. 이에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정상가동 상태로 복구했다고 파악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도 지난 5일(현지시간) 자체 위성 사진을 통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복구 작업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도 이날 북한 전문 사이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를 통해 "상업 위성사진을 보면 북한이 서해 장거리 미사일 발사장을 신속히 재건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이에 대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실망’이란 단어를 공개 석상에서 이틀 연속 언급했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압박은 미미했다. 볼턴 보좌관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추가 대화를 열어두고 있으면서도 북한이 '큰 그림'을 살펴볼 준비가 되면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볼턴 보좌관은 7일(현지시간) 폭스뉴스 방송 '폭스 앤드 프렌즈'에 출연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관련 질문을 받고 "지금 단계에서 말할 입장에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분명히 우리에게는 정보를 확보하는 여러가지 방안이 있다. 이 상황에 대해 신중하게 들여다보려고 한다"고 신중론을 펼쳤다.

그러면서도 그는 "대통령은 명백히 다시 대화하는 것에 열려있다. 언제 일정이 잡힐지, 그리고 어떻게 해결돼 갈지 지켜보자"며 "그러나 그는 북한이 '큰 그림'(the big picture)을 살펴볼 준비가 된다면 딜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공고히 했다.

미국 국무부 역시 북한과의 대화 동력을 잃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로버트 팔라디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7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관련 질문을 받고 "미국이 북한과 하는 모든 의사소통에 관해 얘기하거나 확인할 수는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팔라디노 부대변인은 "그 문제에 대한 우리의 공개적 또한 사적인 메시지는 '우리는 준비가 됐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북한과 건설적인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라며 대화 의지를 보였다.

이같은 대화 재개 의지는 북한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지난 6일 조선중앙TV를 통해 지난달 27~28일 열린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모습을 담은 기록영화를 방영하며 "(북미가) 생산적인 대화를 계속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앙TV는 이날 방영한 기록영화를 통해 북미 정상회담을 소개하고 이번 김 위원장의 베트남 방문 성과를 부각시키면서 "미합중국 대통령과 허심탄회한 분위기 속에서 단독환담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회담에서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한 노정에서 괄목할 만한 전진이 이뤄졌다는데 높이 평가됐다"며 "이에 토대해 조미(북미)관계 개선에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는 데에서는 실천적인 문제들에 대한 건설적인 의견이 교환됐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전문가들도 북한이 도발의 의도보다는 협상 의지가 더 크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동창리 발사장으로 미국을 도발하려고 하기 보다, 북미 추가 협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또다른 카드가 필요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CNN방송에 “하노이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반응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직 너무 이르다”고 주장했다.

수미 테리 CSIS 선임연구원도 CSIS 주관 토론회에서 "지금으로선 북한이 도발로 귀환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압박 전술의 메시지이기도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중재의 메시지로 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사와의 만남에서 북미 대화 의지를 확인했다.

그는 지난 5일 출국해 워싱턴에서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사와 2차 정상회담에 대한 상세한 내용과 평가를 공유하고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후 이 본부장은 8일 인천공항에서 "미국은 발표한 내용 그대로다. 생산적이었고 건설적이었다. 거기에 대해 변함이 없다"며 "앞으로 계속 대화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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