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삭감폭 둘러싼 갈등 지속…핵심 인력 연이어 ‘경쟁사’로 이탈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케이프투자증권의 ‘리테일 영업직군 급여 운영지침’을 둘러싼 노사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측의 무리한 임금삭감에 노조가 격렬히 반발하는 사이 회사 인력 유출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케이프투자증권 노사는 사측이 시행하고 있는 ‘영업직군 직원의 실적이 부진할 시 급여를 삭감한다’는 지침을 놓고 지난해 말부터 갈등이 본격화됐다.

당초 케이프투자증권 사측은 리테일 영업직군의 급여를 성과에 따라 무제한 삭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지난달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중재 이후 임금 삭감폭을 최대 50%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50% 삭감은 사실상 무제한 삭감이나 다름없다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전히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사무금융노조는 지난해 11월 여의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리테일 직군 임금제도 개선을 촉구한 바 있다.

노조 관계자는 “대학을 갓 졸업해 중소기업에 입사한 이들이 받는 급여평균이 2734만원이며, 2018년 도시근로자 4인 가구 월 평균 소득이 584만원”이라며 “그러나 케이프투자증권의 살인적인 급여삭감제도로 인해 2년 전 월 700만원이 넘던 한만수 지부장의 급여는 현재 250여만원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4인 가정의 생계를 꾸리고 있는 50대 가장인 한 지부장은 사측의 악랄한 임금삭감제도로 인해 2년 동안 무려 75%의 급여가 삭감됐다”고 밝혔다.

케이프투자증권 측은 “현재 리테일 급여체계는 노조의 개선요청에 따라 직원 91.6%(노조 82.9%)의 찬성으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시행된 것”이라며 “성과가 저조한 일부 직원에게 패널티가 부과되긴 하지만 상당 금액의 수당 및 자녀학자금, 주택자금대출, 의료비지원 등 복리후생을 차등 없이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측의 갈등이 3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회사 핵심 인력들의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케이프투자증권에서 핵심 업무를 담당하던 두 본부장이 각각 한양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양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박선영 전 케이프투자증권 SF사업본부장은 제주에서 복합리조트를 운영하는 제주신화월드의 3400억원 규모 R지구 담보대출 주관 업무를 따내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증권사들 사이에서 우수한 인력 확보를 위한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면서 “핵심 인력을 경쟁사에 계속 내주다 보면 결국은 회사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