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2019.03.13./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나 원내대표의 과거 막말 논란이 재조명되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고 지칭해 막말 파문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북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옹호와 대변, 이제는 부끄럽다”며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말을 듣지 않게 해 달라”고 수위 높은 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문 정권을 “먹튀정권, 욜로정권, 막장정권”이라고 지칭하며 “강성귀족 노조, 좌파단체 등 정권 창출 공신세력이 내미는 촛불청구서에 휘둘리는 심부름센터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나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미세먼지, 탈원전, 보 철거 등은 문재인 정부가 좌파 포로정권이라는 명백한 증거”라는 등 이날 ‘좌파’를 11차례, ‘종북’을 3차례 언급하며 색깔론을 대두시키기도 했다.

◆과거 발언 재조명

이같은 나 원내대표의 막말파문은 처음이 아니다.

나 원내대표 측은 지난해 5월 당시 나 의원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비서 박장훈 씨와 한 중학생의 통화를 녹음한 파일이 공개 돼 논란이 됐다. 녹음 파일에서 박 비서는 학생을 향해 언성을 높이고 욕설을 사용하며 언쟁을 벌였다.

녹음 파일에 따르면 박 비서는 통화 중인 중학생을 향해 "너 중학생이라 아무것도 모르나 본데 집권 여당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부정선거로 당선된 XX들이 말이 많다"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 "죄를 지었으면 죗값을 받아야지 어디 나가서 죽고 XX이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나라 팔아먹은 정권”이라고 평가하며 “문재인 대통령은 잘하고 있냐. 나라 팔아먹고 있지”라고 힐난했다.

이에 나 원내대표는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 전적으로 직원을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한 저의 불찰"이라며 “(해당 직원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나 원내대표는 지난 2016년 10월 국회 교육문화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백남기씨 사망원인이 물대포가 아닌 빨간 우의의 폭행 때문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나 원내대표는 이 발언으로 일부 진영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되풀이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는 한나라당 수석대변인이던 지난 2008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를 ‘아방궁’으로 지칭하기도 했다.

당시 나 원내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사저를 언급, "사저 주변에 특별교부세를 쏟아 부어 수킬로미터나 떨어진 곳까지 문화센터를 짓고 공설운동장 담벼락까지 개보수를 하고 있다고 한다"며 “노 전 대통령이 최소한의 도덕과 염치가 있는지 묻고 싶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 원내대표는 "역대 어느 대통령이 퇴임 후 돌아가 살 집 주변을 노 대통령처럼 세금을 들여 시끄럽고 떠들썩하게 꾸몄을까 싶다"며 "재임기간 내내 온갖 자리를 만들어 국민혈세를 낭비하더니 이제 퇴임 후를 위해서 국민혈세를 물 쓰듯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나 원내대표는 지난 2011년 10.26 재보궐 선거에 서울시장 후보로 나설 당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그 당시 대변인으로서는 말씀이 거칠게 하다 보니까 좀 지나친 부분은 있었다"고 수습하기도 했다.

노무현 재단은 지난 2016년 5월 1일 경남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를 공개해 나 원내대표의 ‘아방궁’ 발언에 대한 오해를 풀기도 했다.

아울러 나 원내대표는 지난 2008년 11월 성차별 발언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는 당시 경남 진주시에서 열린 경남 여성지도자협의회 정기총회에서 “1등 신붓감은 예쁜 여자 선생님, 2등은 못생긴 여자 선생님, 3등은 이혼한 여자 선생님, 4등은 애 딸린 여자 선생님”이라고 지칭해 논란이 됐다.

◆여·야·정 막론 비난 받아

지난 12일 또다시 막말 파문을 일으킨 나 원내대표에 대해 특히 민주당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회부를 언급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나 원내대표에 대해 “대한민국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죄”라고 지적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도 “우리 대한민국 대통령을, 우리 국민이 촛불 혁명을 통해 민주주의를 완성하고 그렇게 탄생한 대통령을 북한의 수석대변인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더 이상 참을수도 용납할 수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에서도 지적이 나왔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날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당을 제외한 야 3당도 비난의 목소리를 같이 했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자유한국당의 신중치 못한 발언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품위도 없는 싸구려 비판”이라고 힐난했다.

김종대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있어서는 안 될 막말이 제1야당 원내대표 입에서 나오다니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제와 정치 등 전반적인 연설 내용도 논평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라며 "오늘 나경원 원내대표 연설내용 반대로만 하면 제대로 된 나라가 될 것”이라고 비꼬았다.

박주현 평화당 수석대변인은 "대한민국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희한한 말을 만들고 교언영색을 하면서 아무 내용도 없이 싸움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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