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지현호 기자] 지난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철회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주총을 앞두고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손을 들어줬다.

주총을 앞두고 현대차그룹에 과도한 요구를 일삼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에게 등을 돌린 것이다.

글래스루이스는 현대모비스가 제안한 주총 안건에 대해 대부분 찬성의 뜻을 밝혔다. 민감한 사안인 배당에 대해서는 회사 측 제안에 '찬성'하고 엘리엇측 제안은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현대모비스는 1주당 4000원(보통주 기준) 배당을, 엘리엇은 2만6339원을 제안한 상태다.

글래스루이스는 “급변하는 자동차 업계에서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R&D 투자와 M&A 활동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현대모비스 이사회가 제시한 투자전략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모비스는 주주배당을 확대하는 등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잉여현금흐름의 20~40% 수준의 배당정책을 운영하고 있는 현대모비스는 중장기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지난 달, 자사주 추가매입(3년간 총 1조원 규모)과 기존 보유 자사주 소각(4,600억원 규모), 그리고 3년간 총 4조원 이상의 미래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사외이사 선임 안건 역시 현대모비스에 힘을 실어줬다.

글래스루이스는 현대모비스 이사회가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 칼 토마스 노이먼과 브라이언 존스에 대해 “창사 최초 외국인 사외이사 선임으로 이사회의 다양성과 전문성, 독립성을 확보해 이사회 내 통찰력을 키우고 기업 경영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글래스 루이스는 엘리엇이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 로버트 알렌 크루즈와 루돌프 마이스터에 대해서도 찬성의 뜻을 밝혔다. 글래스 루이스는 “이들 후보의 경력도 자동차산업과 기술을 이해하는 데 충분히 역량이 있다”고 찬성 이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정관에 명기된 이사의 수를 현재 9인에서 11인으로 변경할 것을 함께 권고했다.

단 "이사회 정원을 현행 9명으로 유지할 경우 현대모비스가 제안한 사외이사후보에 찬성하고 엘리엇이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는 반대한다"고 의견을 내놨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글래스루이스가 찬성 의견을 제시한 로버트 알렌 크루즈는 중국 전기차 업체 카르마의 CTO로, 올해 카르마와 거래 관계 확대를 모색 중인 모비스의 사외이사가 될 경우 이해상충 가능성이 있다”면서, “루돌프 마이스터 후보 역시 변속기 제조사인 ZF사에서 근무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주로 A/S 부품유통사업에 치우쳐, 모비스가 추진하고 있는 미래 자동차 핵심 신기술 집중 전략과는 부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의 규모, 사업구조, 이사회 내 위원회의 운영, 사외이사의 전문성에 대한 효율적 활용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할 때, 현재의 이사의 수가 가장 최적화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현대모비스와 엘리엇이 2명씩 추천한 후보들에 대해 모두 지지 의사를 밝혔다. 또 현대모비스 이사회 구성을 9명에서 11명으로 늘리도록 권고했다.

이 자문사는 현대모비스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인 카를 토마스 뉴만과 브라이언 D. 존스에 대해 "이사회가 필요로 하는 경험과 전문성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ISS는 엘리엇이 제안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배당에 대해서는 반대를 권고했다. 향후 연구개발(R&D)이나 공장 투자를 위한 자본 요건 충족에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엘리엇이 요구한 배당은 현대차 보통주 1주당 2만1976원, 현대모비스 보통주 1주당 2만6399원 등 총 7조원 규모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대신지배구조연구원도 엘리엇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전달한 배당 확대 요구 등에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연구소 측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자동차업 불황으로 성장세 둔화를 겪고 있다"면서 "당기에 대규모 배당을 하는 것보다는 장기적인 성장성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엘리엇은 두 회사가 과도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배당을 늘리라고 주장하지만 현대차가 향후 5년간 총 45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그룹 차원의 투자 확대가 이어짐에 따라 향후 배당 지급 여력은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