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화 기자.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지금 대한민국은 ‘버닝썬’ 게이트에 빠졌다. TV를 틀어도 인터넷을 켜도 온통 버닝썬과 관련된 얘기 뿐 이다.

처음엔 단순한 폭행 사건으로 시작됐다. 강남에 위치한 유흥 클럽인 버닝썬의 직원 김상교 씨의 제보였다. 김 씨가 지난해 12월14일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을 통해 올린 글에 따르면, 김 씨는 11월24일 클럽 ‘버닝썬에서 곤란에 빠진 여성들을 도우려다 직원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그런데 신고 받고 출동한 경찰이 되레 김 씨를 체포하고 폭행했다.

이후 한달만에 공개된 영상에서는 김 씨가 직원들에게 폭행당하고, 지구대 안에서 경찰관들에게 집단 폭행당하는 듯한 모습이 담겨 파장을 일으켰다. 이에 버닝썬 측은 오히려 김 씨를 성추행 혐의로 몰아가며 불가피한 사고였다고 주장해 진실 공방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버닝썬 폭력 사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 씨의 발언 이후로 수많은 폭로가 이어졌다. 물뽕, 마약, 성폭행 등 온갖 범죄 의혹까지 제기됐다. 특히나 버닝썬은 가수 빅뱅의 승리(본명 이승현)가 사내이사로서 관리해왔다고 알려져 더욱 논란의 중심이 됐다.

대한민국 서울 시내, 그것도 강남 한복판에서 은밀하게 오갔던 마약과 성폭행을 비롯한 각종 범죄행위. 이것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경찰 유착이었다.

뒤이어 줄줄이 승리의 성매매 알선 사실이 카카오톡 단체 메시지를 통해 밝혀지고, 그 단체 방에 있었던 가수 정준영의 상습적 불법 동영상 촬영과 공유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과 친분 관계로 알려진 가수 최종훈과 가수 용준형 역시 이름이 거론됐다.

특히나 경찰은 최종훈에 대해 "'(최씨의) 음주운전 보도를 팀장에게 무마해 주겠다'는 메시지가 있었다"며 "A씨는 추후 '팀장이 생일 축하한다고 전화 왔다'는 내용의 카톡 대화도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따르면 대화에 언급되는 '팀장'은 당시 교통수사관 등 경찰관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의 단체방에서는 ‘경찰 총장이 뒤를 봐주고 있다’는 직접적인 메시지가 오가기도 했다.

화살은 정준영을 비롯한 연예인에게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마저도 아직 풀리지 않는 점들이 산적했다. 일례로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13일 오후 방송된 SBS 보도프로그램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나는 정준영이 공항 귀국장에서 긴급 체포될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정준영을 긴급 체포하지 않은 것은 증거가 다 나와있는데 (정준영에게) 또 하루를 돌려준 것"이라며 "시간을 주면 증거물을 없애거나 피해자들과 합의를 시도하거나, 본인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방어권을 사용할 텐데 왜 시간을 주는 건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 16년 이미 한 차례 불법촬영 혐의를 받은 바 있는 정준영은 당시 수사관의 고의적 증거 인멸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누군가 무엇을 위해 계속 숨기려고 하고, 동시에 또 계속 드러나고 있다. 마약과 관련해서는 구속된 버닝썬 직원이 과거 김무성 의원의 사위에게 마약을 판매하고 투약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후 추가적인 수사내용이 공개되지 않았고 경찰 유착에 대해서는 아직 의혹에만 그쳐있다.

폭행 사건으로 시작된 버닝썬 사태가 기다렸다는 듯 각종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뒷 세계’ 이야기를 물어오고 있다. 우리는 과거 이런 사태를 경험한 바 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일어났던 정유라 학사비리로 시작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즉 ‘최순실 게이트’였다. 말 그대로 정계, 재계, 연예계 등 '안 엮인 곳이 없는' 이번 사태는 과거 '최순실 게이트'와 유사하다.

보란 듯이 대중들의 이목을 빼앗는 연예인 이슈는 시작에 불과하다. 정권이 교체돼도 여전히 뒤에서는 ‘검은 손’이 존재한다. 뿌리 뽑아야 할 것은 고작 연예인의 ‘은퇴’가 아니라 정계와 재계를 막론하고 작용하는 ‘검은 손’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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