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지현호 기자]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위해 지난 수년간 박차를 가해왔던 통신업계가 허망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눈앞에서 미국에 세계 최초 타이틀을 뺏기게 생겨서다.

황당하게도 발목은 정부가 잡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SK텔레콤의 첫 5G 요금제 인가 신청을 반려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는 올 3월 5G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시작합니다. 디지털 시대의 선두주자가 되었습니다"라고 말하며 전자·통신업계에 보이지 않는 부담을 줬던 상황을 고려하면 당혹스러운 결과다.

정부가 요금제를 가지고 발목을 잡으면서 통신업계도 난색을 보이고 있다. 5G 상용화를 위해 그간 투자된 비용 등을 감안하면 기존 요금제보다 비싼 요금을 책정할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로 선수를 치고 나온 미국 버라이즌 역시 대용량 데이터 위주의 고가 요금제로 구성했지만 미국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박수를 받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트위터에서 "미국이 가능한 한 빨리 5G 기술을 (도입하길)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사라진 요금 인가제를 우리나라만 '애용'하다 보니 생겨난 문제다. 우리나라는 요금 인가제를 앞세워 통신업계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조치이지만, 업계의 현실을 외면하는 훌륭한 도구로도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5G 요금제 인가에서 그 부정적면이 여실히 드러났다.

세계 최초란 타이틀에 너무 집착하는 것 아니냐는 비평도 있다. 하지만, 5G는 전 세계적인 관심사이고 산업의 흐름을 바꾸는 중요한 기술이다. 세계 최초 상용화를 한국이 했다는 것은 IT강국이란 국가 이미지 제고는 물론 세계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도 있다. 

절대 가볍지 않은 타이틀이기에 전자·통신업계는 세계 최초 타이틀을 미국에 뺏길까 우려하고 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5G 초기 단계부터 우리 기업들은 세계 시장 선점을 위해 노력했다. 그 간의 노력이 세계 최초 상용화로 빛을 보게 되는 것인데 이를 뺏기게 생겼으니 답답하지 않겠냐"고 토로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S10 5G'는 오는 4월 5일 통신사에 공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리 통신사들은 이미 5G 사용화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 버라이즌이 4월 11일 5G 상용화 서비스를 개시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그 전에 상용화도 가능할 것 보인다.

결국 키는 과기정통부가 잡고 있다. 세계 최초 타이틀을 뺏기는 것보다 5G 요금이 비싸다는 비난을 듣는게 더 무서운 과기정통부. 수장도 공석인 상황에서 과연 요금제 인가에 변화가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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