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고은별 기자] 자율주행, 금융, 원격의료 등 철저한 보안이 요구되는 영역에서 대용량 데이터가 상호 전달될 5G(5세대 이동통신) 시대. SK텔레콤은 데이터 속도 외에도 ‘보안의 완결성’이 중요하다고 보고, 양자암호통신 기술로써 안전한 5G 인프라 구현에 나선다.

복재원 SK텔레콤 Core Eng팀 리더는 18일 오전 서울 중구 삼화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5G에서는 약 430억개의 디바이스가 네트워크와 연결돼 해킹 위험이 높아진다”며 “이는 국민 생명에도 위협을 줄 수 있다”고 보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SK텔레콤은 이달부터 5G 가입자 인증 서버에 IDQ 양자난수생성기(QRNG)를 적용한 데 이어 내달부터 전국 데이터 트래픽 핵심 전송 구간(서울~대전)에 IDQ의 양자키분배(QKD) 기술을 연동, 5G와 LTE 데이터 송수신 보안을 강화한다.

양자암호통신은 ‘양자(Quantum, 더이상 쪼갤 수 없는 물리량의 최소 단위)’의 특성을 이용해 송신자와 수신자만이 해독할 수 있는 암호키(Key)를 만들어 도청을 막는 통신 기술이다. 현존하는 보안기술 가운데 가장 안전한 통신암호화 방식으로 평가받는다.

양자난수생성기는 양자의 특성을 이용해 패턴 분석 자체가 불가능한 무작위 숫자를 만드는 장치로, 통신 네트워크를 통한 해킹의 위험을 원천 봉쇄한다. 양자키분배는 양자암호통신의 핵심기술로서 송신부와 수신부만 해독할 수 있는 도청 불가능한 암호키를 생성한다.

복 리더는 “기존 LTE망에 쓰이는 일반난수생성기가 해킹당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하지만 아무리 좋은 방패를 망 내 구축해도 해킹 기술이나 위험성은 점차 증가하기 때문에 5G 시대에 알맞은 보안기술을 상용화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도이치텔레콤, 버라이즌 등 글로벌 통신사들도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통신망에 적용하고 있으며, 신기술 도입과 관련해 여러 기업과 협의 중이다.

SK텔레콤은 2011년 양자기술연구소를 설립한 뒤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개발해 오고 있다.

2016년 세계 최초로 세종~대전 간 LTE 백홀에 양자암호통신을 적용했고 2017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양자난수생성기 칩을 개발했다. 지난해 2월에는 세계 1위 양자암호통신 기업인 스위스 IDQ에도 투자했다.

지속적인 기술 개발로 SK텔레콤은 지난 2월 제네바에서 열린 ITU-T(국제전기통신연합 전기통신표준화) 회의에서 ‘양자키 분배를 활용하는 양자암호통신 관련 신기술’ 2건에 대해 국제표준화 과제로 채택된 바 있다.

ITU-T의 보안 표준을 담당하는 분과인 ITU-T SG17 의장 염흥렬 순천향대 교수는 “SK텔레콤은 ITU-T의 국제 보안 표준 정립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번에 SK텔레콤이 5G 이동통신망에 양자암호통신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는 것은 보안기술 주도권 확보 차원에서 국가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궁극적으로 SK텔레콤은 양자암호통신 기술의 위성망 탑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음 달 출시 예정인 ‘갤럭시S10 5G’에 양자난수생성기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준비 또한 완료됐다는 입장이다.

곽승환 IDQ 부사장은 “위성에 대한 니즈는 미국을 중심으로 강하게 형성돼 있다”며 “현재의 기술을 위성에도 탑재하는 것이 향후 양자암호통신 기술 개발의 방향”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 “위성통신의 경우 2022년~2023년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며 “이는 3~4년 안에 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진효 SK텔레콤 ICT기술센터장은 “5G 시대에 보안이 더욱 중요해지는 만큼, 5G 핵심 보안기술인 양자암호통신 기술 개발을 통해 생태계 확대에 앞장서며 대한민국의 5G 시대를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텔레콤 외에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사들도 양자암호통신 기술과 관련해 지난해부터 국제표준화를 추진하는 등 기술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