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사건의 목격자인 배우 윤지오가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및 고 장자연씨 사건 진상 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19.03.15./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와 ‘김학의 별장 성접대’ 등의 권력형 성추문 파문이 연일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힘 있고 빽 있는 사람들이 가진 면죄부, 국민들은 억울한 피해자로 두려움에 떨게 된다”며 고(故) 배우 장자연씨·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사건을 언급했다.

지난 2009년 사망한 배우 고 장자연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단이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별장 성접대’ 김학의 전 차관은 진상조사단의 출석에 응답없이 불출석한 바 있다. 이에 두 사건이 향후 어떤 결말로 매듭지을지 주목된다.

◆10년만에 새 국면 맞은 '장자연 리스트'

고 장자연 씨는 유력인사들에 대한 술시중과 성접대를 했다며 자신의 피해 사례와 관련자들의 이름을 담은 문건을 남기고 2009년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장자연 씨가 소속사로부터 성 접대를 강요받았다는 의혹이 일었지만 검찰은 연루자들을 무혐의 처분하며 사건을 조용히 마무리했다.

공소시효 만료를 코앞에 앞둔 장자연 사건이 배우 윤지오 씨의 등장으로 새 국면을 맞았다. 장자연 씨의 생전 돈독한 친분관계로 알려진 윤 씨가 장자연 사건 10년 만에 목격자로서 자신의 신분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윤 씨의 증언으로 국민들의 분노가 사건의 배후로 향하고 있다. 특히 윤 씨는 지난 5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최초로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며 “(장자연 리스트를) 딱 한 차례 봤기 때문에 정확히 기억이 나는 이름도 물론 있고 아닌 이름도 있다”면서도 “기억에 남는 것은 한 언론사의 동일한 성을 가진 세 명이 거론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윤 씨는 과거 경찰 조사 당시 위험하게 운전하며 끝까지 쫓아오며 미행한 언론이 있었다며 "언론사 차량이 아예 (로고가) 프린팅이 돼 있는 차를 가지고 쫓아왔었어요"라고 밝혔다. 윤 씨에 따르면 무언의 '협박'에 해당하는 미행 차량에 명시된 로고는 ‘조선일보’였다.

이와 함께 윤 씨 측 변호인인 차혜령 변호사는 지난 12일 윤 씨와 함께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에 출석해 "조선일보사 관련 인물 3명에 대해서도 참석자 문건에서 확인한 인물에 대해 명확하게 진술했습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이번 사건에 대해 배우 이미숙과 송선미가 재조명 되고 있다. 당시 장자연 씨와 같은 소속사였던 이미숙과 송선미가 장자연의 전속계약 분쟁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이와 함께 장자연 씨가 사망했던 2009년 당시 수사 중 이미숙이 참고인 조사 때 작성했던 조사 진술서도 공개됐다.

이와 관련해 윤지오 씨는 “당시 이미숙 매니저가 ‘이미숙 스캔들’을 무마시키려고 문건을 작성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윤 씨는 “혹시나 제가 잘못 이해하거나 오해하는 부분이 있으면, 한 마디라도 오해가 있다고 말씀을 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제가 알지 못하는 것을 더 알고 계실 수도 있고 그것이 무엇이 됐든 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윤지오 씨는 또한 대검찰청 진사조사단이 재수사 중인 장자연 사건에 대해 수사 기한을 연장해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이에 장자연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장자연 리스트 사건은 그동안 진행된 조사 결과를 정리하고 추가로 제기된 의혹 사항들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며 활동 기간을 오는 5월 말로 2개월 추가 연장하기로 했다.

◆'별장 성접대' 김학의, 권력형 비리사건으로 확대 조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3월 임명된 전 법무부 차관이다. 하지만 그는 바로 같은 달 강원 원주시 소재 한 별장에서 김 전 차관이 건설업자 윤중천(58)씨로부터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됐다. 이후 김 전 차관은 임명 6일 만에 차관직에서 물러났으며, ‘김학의 별장 성접대’ 사건으로 경찰 조사 끝에 검찰에 송치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검찰은 적나라한 성접대 동영상이 나왔지만 “영상 속 인물을 김 전 차관으로 특정하기 어렵다”며 “관련자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무혐의 처분을 내려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을 들었다. 이같은 비판 끝에 김 전 차관은 결국 검찰과거사위원회와 대검 진상조사단의 진상조사 대상에 오른 상태다.

특히나 '특수강간 의혹'으로 시작된 이번 사건은 사회 각계 고위인사들이 연루된 대형 비리사건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검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이 사건을 조사 중인 대검찰청 검찰과거사위 진상조사단은 김 전 차관의 특수강간 혐의와 함께 정계와 재계, 의료계는 물론 전·현직 군장성 등 사회 고위층이 개입된 권력형 비리사건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이번 사건의 피해 여성은 지난 14일 KBS1 뉴스에 출연해 피해 사실과 부적절한 수사 과정을 폭로한 바 있다.

피해 여성은 "김학의씨를 알고 있는 사람으로부터 저와 통화했던 내용들, 그리고 이번 과거사 위원회는 김 전 차관의 와이프와 통화했던 내용들, 절 알고 있다는 것에 대한 정황들을 정확히 냈다"며 "김학의 와이프는 저를 찾아와서 정신병자 취급하고, 윤중천도 저한테 이 사건 마무리 되면 가만 안 둘거라고 그런다고" 호소했다.

특히 여성은 사건 조사 당시 "(검찰이) 저한테 2차 조사 때는 오히려 동영상에 나와서 했던 행위를 시켰다"며 "(검찰이) '그 행동이 자연스러워 보이는데 한 번 해보시라'"라고 말했음을 폭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 여러분들이 저 살려주세요. 대통령님 저 좀 살려주세요"라며 오열로 호소했다.

한편 김학의 사건 역시 장자연 사건과 더불어 활동 기간을 2개월 늘려달라는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 건의를 받아들였다. 이에 검찰과거사위원회 활동이 두 달간 연장하기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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