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고은별 기자] 이른바 ‘공짜 야근’의 주범으로 꼽히는 포괄임금제가 게임업계 내 속속 폐지되고 있다.

올해 초 네오플, 일렉트로닉아츠코리아(EA코리아), 넥슨에 이어 넷마블, 스마일게이트까지 포괄임금제 폐지를 선언하고 나섰다. 유연한 근로환경·적절한 보상 체계에 대한 근로자의 요구가 사회 전반에 반영되고 있다.

1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포괄임금제 폐지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업계 내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펄어비스, 웹젠, 위메이드 등이 포괄임금제를 폐지했고 올해는 네오플·EA코리아를 시작으로 넥슨, 넷마블, 스마일게이트가 포괄임금제 폐지를 앞두고 있다.

최근 노조와 포괄임금제 폐지 등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포괄임금제 폐지를 비롯한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지난해부터 임직원은 물론, 노조의 의견을 함께 청취하며 충분한 검토를 거쳐 왔다”며 “이번 합의를 통해 직원들의 효율적인 업무시간 활용과 워라밸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괄임금제는 기본 급여에 연장·야간·휴일근로 등 시간 외 근로 수당을 포함해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를 적용받는 근로자의 경우, 기준 근로시간인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근무에 대해 추가 수당을 받을 수 없다.

특히 업무 특성상 야근이 많은 게임업계는 포괄임금제가 공짜 야근 등 열악한 근무 환경의 주범으로 지적돼왔다. 포괄임금제 폐지는 지난해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 ‘주 52시간 근무제도’가 시행되며 업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포괄임금제 폐지로 게임업계에는 유연한 근무 환경이 정착되고 있다.

앞서 포괄임금제를 폐지한 펄어비스·웹젠·위메이드 등은 기준 근로시간인 주 40시간 초과 근로에 대해 최대 52시간 내에서 추가 수당을 지급하고 있으며 근무 시간 또한 근로자 개인이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회사 자체적으로 초과된 연장근무에 대해 휴가로 보상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즉 기존의 정형화된 근무 시간에서 벗어나 오전 10시 출근해 오후 7시 퇴근, 오후 1시에 출근해 오후 10시 퇴근 등 개개인의 상황에 맞게 근무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대 주 52시간 내에서 개인의 라이프스타일대로 일할 수 있게 된 것”이라며 “일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다는 점에 근무 만족도도 높다”고 말했다.

포괄임금제 폐지는 게임 개발자들에게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준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게임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장시간 노동 관행에 대한 개선 요구가 확산돼 왔다. 포괄임금제 폐지로 과도한 근로에 따른 업무 피로도를 줄일 수 있으며 불필요한 야근도 지양하게 됐다는 것.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야간에 일하길 원하는 개발자들은 늦게 출근해 근무를 하는 등 개발자의 성향이 포괄임금제 폐지와 안 맞거나 하지는 않는다”며 “오히려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워라밸이 워낙 중요해져 유연근무제를 선호하고 있다”고 대변했다.

인건비 부담이 있지만 게임업계에서는 포괄임금제 폐지를 검토하는 게임사들이 늘고 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도 “현재 포괄임금제 폐지 등을 포함한 다양한 (근로환경 개선)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며 “다만 아직 결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 게임업계는 포괄임금제 폐지 외에도 건강한 근로환경 조성 차원에서 노력 중이다.

넷마블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협업을 위한 코어타임을 설정하고 나머지 시간은 자율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여건을 마련했다. 엔씨소프트도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해 탄력적으로 근무하는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포괄임금제 폐지는 주 40시간 초과 근무에 대해 합당한 보상을 한다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물론 인건비 부담이 있지만 단지 포괄임금제 폐지 때문만은 아닐 것이며, 포괄임금제 폐지 후 개인적인 삶을 더 생각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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