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 겸 의원총회에 참석하는 김관영 원내대표가 심각한 표정으로 회의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2019.03.20./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국회가 ‘선거제 개편’을 두고 각자의 이해관계를 내세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민주평화당은 선거제 개편에 적극 찬성하는 한편, 자유한국당은 전력을 다해 반발하고 있다. 특히나 당초 찬성 쪽으로 기울었던 바른미래당이 내홍으로 갈팡질팡하면서 ‘선거제 개편’은 더욱 위기를 맞았다.

앞서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평화당은 정당별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제도 개편안 패스트트랙 지정을 추진해왔다. 이 선거제도 개편안은 현행 253석인 지역구 의석수를 225석으로 줄이고 47석인 비례대표 의석수를 75석으로 늘리며, 비례대표 의석수는 50%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대해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은 지난 19일 국회에서 선거제 법안설명 기자간담회를 열고 선거제 개편 산식을 19대 총선과 20대 총선 결과에 적용한 시뮬레이션 자료를 공개했다.

심 위원장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2016년 20대 총선 결과를 이에 적용할 시, 123석을 얻었던 민주당은 16석 줄어든 107석, 122석을 차지했던 한국당은 12석 감소한 110석을 얻게 된다.

반면 정의당의 경우 기존 6석에서 8석이 더 늘어 14석을 차지하게 되고,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으로 분당한 국민의당은 20대 총선 당시 38석을 차지했던 자리가 21석 늘어 59석이 된다.

정의당은 이같은 결과와 더불어 심상정 의원이 이번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는 만큼 선거제 개혁에 적극적인 입장이다. 민주평화당 역시 지난 19일 의원총회를 열고 선거제도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지정을 추진하는 방안을 만장일치로 추인했다.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지역구 축소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선거제 개혁 없이 정치개혁을 생각할 수 없다는 대의명분이 훨씬 크다"고 설명한 후 "지금은 대의에 방점을 찍을 때라고 해서 의견이 모아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여야4당의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 추진 움직임을 제지하기 위해 총공세에 나섰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선거대책회의에서 "50% 권역별 연동형 비례제라는 정체불명의 선거제 개편은 좌파 장기독재의 고속열차"라고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그동안 최악의, 희대의 권력 거래 그리고 밀실 야합 선거제 패스트트랙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나 홀로 투쟁을 벌여왔다"며 "이제 우파 야권이 단결해서 좌파 집권세력의 장기독재 야욕을 막는 모습을 보이는 게 역사적 명령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좌파 장기독재의 길을 터줄 패스트트랙 강행 세력과 선거제 개편 저지로 이 땅의 자유민주주의를 구할 구도가, 이 정권의 독선과 폭정을 막고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가치를 복원하는 유일한 길이 될 수 있다"고 호소했다.

같은 당 정진석 의원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국민들에게 설명을 소상히 할 필요가 있다"며 "이것은 한마디로 반민주 악법이고, 민주당 2중대를 위한 선거법이고, 기승전 정의당법, 야바위법이다"라고 힐난했다.

정 의원은 "평생 선거제도를 연구한 김형준 명지대 교수가 '민심이 왜곡되고 자신의 표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깜깜이 제도다, 나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며 "좌파정권의 30년 집권이 가능한 플랜, 심상정 선거법이다"라고 지적했다.

한국당의 이같은 반발은 사실상 바른미래당을 향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당은 여야4당 선거제 합의안과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법 등 패스트트랙 연계 법안을 놓고 이견이 표출된 바른미래당에 대한 회유책을 내보인 것이다.

이에 대해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오전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4당 합의대로 선거제 개편이 이뤄지면 큰 정당이 손해를 보지만 소수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협치를 위해 이 길로 나아가야 한다”며 “한국당의 태도야말로 전형적인 자기 밥 그릇 지키기”라고 힐난했다.

그는 “선거제 개혁은 정치 불신을 극복하고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한 해법으로, 지난해 여야 5당이 국민께 드린 약속인데 한국당만 여야합의를 어기면서까지 반대하고 있다”며 “결국 지역주의에 기반한 기득권을 놓지 않겠다는 것이 한국당의 본심”이라며 “선거제 개편은 승자독식의 정치 대신 공존의 정치로 나아가기 위함”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한국당이 바른미래당을 겨냥한 만큼, 바른미래당이 선거제 개편 관련해 내홍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이에 대해 20일 오전 9시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손학규 대표ㆍ김관영 원내대표 중심의 찬성파, 옛 바른정당계가 주축인 반대파로 나뉘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특히 반대파 의원들은 지도부가 의견 수렴 없이 패스트트랙을 밀어부친다며 절차상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면서, 선거제도 개편안의 내용을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김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3당과 선거제도 개편안을 논의하며 그간 주장한 비례의석 중 연동형 100%에서 후퇴한 연동형 50% 도입을 골자로 한 합의안을 만들었기에 당 내 지적을 받았다.

특히나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20일 이번 선거제 개편의 찬성 인물인 김관영 원내대표를 향해 "여당인 민주당한테 맨날 내로남불이라고 욕을 하면서 어떻게 똑같은 일을 하느냐"고 힐난했다.

지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의원 3분의 2(동의)를 얻어야 된다는 것이 당헌에 나와 있는데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궤변이다. 우회 상장하는 꼼수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 의원은 이날 지도부의 패스스트랙 강행에 대한 의견 관련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며, 당헌당규를 위반하는 행위가 징계 사항이 되느냐는 질문에 "그런 의견을 주장하는 분들도 계시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관영 원내대표는 이날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선거제 개편안 패스트트랙 상정과 관련 "패스트트랙은 기본적으로 해당 상임위 위원들이 그 안에 동의를 해서 찬성하면 가는 것"이라며 "그렇다고 제가 해당 상임위 위원들한테 전적으로 맡겨놓을 수도 없는 일이고 이 부분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여러 의원님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절차를 그동안 거쳐 왔고 최종 협상안이 나오면 전체 의원들과 다시 논의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그는 자유한국당이 바른미래당 의원들을 개별 접촉해 패스스트랙 무산을 설득하는 작업에 대해서는 "이런 정치공작은 그만둬야 된다"며 "의원들도 충분히 오랫동안 고민해왔기 때문에 스스로의 판단에 대해서 결정을 하실 수 있도록 지켜보는 것이 정치도의에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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