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 행장과 금감원장 면담 예정…당국과의 관계 개선 움직임

지성규 KEB하나은행장 내정자. <사진=하나금융지주>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지성규 KEB하나은행장 내정자의 공식 선임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하나은행은 오는 21일 열릴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 내정자를 공식 행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확정할 방침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 내정자는 은행장 공식선임을 앞두고 주요 임원에게서 업무 보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 하나은행 2기를 이끌어 가야할 지 내정자 앞에는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했다.

우선 외환·하나 출신 직원의 화학적 결합을 이끌어야 하고, 행장 교체과정에서 나타난 금감원과의 불편한 관계도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

특히 취임식 직후 지 내정자는 함영주 하나은행장과 함께 금융감독원을 방문해 윤석헌 금감원장을 면담할 계획이다. 지 내정자의 이 같은 행보는 조직 안정과 더불어 금감원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지난 2월 함영주 하나은행장의 3연임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관치 논란’이 불거졌다. 금감원은 함 행장에 대한 ‘채용비리 의혹’ 재판이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해 하나은행 경영진의 법률 리스크 및 은행의 경영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국이 은행장 선임에 직접 개입할 수는 없으므로 ‘우려’라는 표현을 사용해 함 행장의 3연임에 제동을 건 셈”이라며 “이는 당국의 과도한 개입”이라고 말했다.

결국 2015년 9월 통합 하나은행 초대 행장으로 취임한 함 행장은 하나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히며, 3년 6개월 만에 물러나게 됐다. ‘재판 중인 행장의 연임 논란’과 ‘금감원 관치 논란’ 속에 함 행장이 스스로 물러나는 것으로 결단을 내린 것이다.

함 행장의 3연임 포기로 금감원과 하나금융그룹 간 대립 구도도 상당 부분 해소됐다. 지 내정자와 함 행장, 윤석헌 금감원장의 면담이 이뤄지면 당국과의 관계 개선도 급물살을 타게 될 전망이다.

또한, ‘글로벌 전문가’라 불리는 지 내정자가 하나은행 해외 사업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지 내정자는 연세대를 나와 하나금융지주 글로벌전략실장, 하나은행 경영관리본부 전무, 홍콩지점 차장, 중국 선양지점장, 하나은행 중국유한공사 은행장 등을 역임했다.

지 내정자는 홍콩지점 차장으로 나간 2001년부터 2017년 말 부행장으로 선임되기까지 16년가량을 중국 무대에서 활동하는 등 풍부한 해외경험을 지녔다. 일각에서는 지 내정자의 경력이 해외에 치중돼 있어 은행 전체를 아우르는 행장으로서 충분한 통찰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퇴임을 앞둔 함 행장도 지 내정자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1963년생인 지 내정자가 은행장에 정식 취임하게 되면 지 내정자를 중심으로 그룹 내 ‘세대교체’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면서 “향후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후계구도에도 큰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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