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웅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여야 간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신용현 간사,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간사, 노 위원장, 자유한국당 김성태 간사/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법안소위가 모두 취소되며, KT의 M&A(인수합병) 향방이 안갯속에 빠졌다.

21일 국회에 따르면 이날과 22일로 각각 예정된 국회 과방위 법안 1소위와 2소위가 여야 간사 간 합의 결렬로 모두 취소됐다.

이번 소위에서 쟁점법안을 추가로 논의하는 데 있어 여야가 극명한 의견 차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방위 관계자는 “여야 간사 간 법안 안건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며 “차후 일정과 관련해선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당초 국회 과방위는 22일 법안 소위를 통해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과방위는 지난달 14일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안건을 논의하기로 했으나, 자유한국당의 ‘보이콧’에 따라 같은 달 25일로 일정을 변경, 국회 파행으로 또다시 논의 테이블을 이달 22일로 옮겼다.

그러나 여야의 극명한 입장 차로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은 논의 일정조차 불투명해졌다. KT의 M&A 시도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발이 묶인 상황이 됐다.

과방위는 이번 소위에서 황창규 KT 회장을 상대로 한 청문회 계획서도 채택할 방침이었다. 청문회 일정은 4월 4일로 예상돼왔다.

국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과방위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청문회 개최 자체도 반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같은 당 동명이인인 김성태 의원 자녀를 시작으로 황교안·홍문종 의원까지 KT 특혜채용 의혹에 한국당 의원들이 다수 연루돼 있어, 자칫 청문회 주제가 KT의 아현국사 화재 문제보다 채용비리에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방위 노웅래 위원장은 “청문회를 열지 못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KT 채용비리 의혹이 김성태 전 원내대표뿐만 아니라 황교안 당대표로까지 번지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밖에 해석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KT 입장에서는 청문회 무산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이 또한 섣불리 판단하긴 이르다. 오히려 지난해 10월 발생한 아현국사 화재 여파가 장기간 지속되는 데 KT는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그동안 KT는 국회의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추진으로 M&A를 일체 진행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각각 케이블TV 사업자인 티브로드, CJ헬로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과 대비되고 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업계에서 한 사업자가 전체 시장 점유율을 33% 넘지 않도록 하는 장치다. KT와 KT스카이라이프의 합산 점유율은 현재 30.86%로 이 제도가 다시 도입되면 KT는 M&A를 추진할 수 없게 된다.

일각에서는 유료방송 시장 1위 사업자인 KT가 당장 급할 것도 없다는 시각을 내놓지만 정부 규제로 M&A가 가로막히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득 될 게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내정자도 지난 19일 국회 과방위에 제출한 인사청문 서면질의 답변서를 통해 “유료방송시장 자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합산규제를 재도입하는 것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업계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IPTV 가입자를 유치해 화재 피해 보상액 등 비용을 만회할 수도 있었겠으나, 현재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가 이렇다 할 답도 없이 길어지고 있어 KT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15년 첫 도입된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3년 일몰을 조건으로 지난해 6월 일몰됐다. 국회는 KT스카이라이프의 공공성을 이유로 KT가 KT스카이라이프를 계열 분리하지 않는 한 합산규제 재도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KT는 케이블TV 사업자인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하려 했으나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가 지연되며 인수 작업을 중단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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