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위협 톤당 5만원 높여라”…“업황 회복 더뎌 인상 불가”

동국제강 후판 생산 공장./사진 = 동국제강

[월요신문=지현호 기자] 철강업계가 후판 가격 인상을 두고 전방산업과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조선업계와 협상은 지난해 12월부터 넉 달째다. 조선사들은 업황 회복이 더디다는 이유로 가격 인상 자제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철강업계는 원가 상승으로 수익성 방어를 위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등은 올 1분기 부진한 실적이 예상된다. 전방산업인 자동차·조선·건설 등의 업황이 좋지 못해서다.

NH투자증권은 올 1분기 포스코(별도기준)의 매출액이 7조5890억원, 영업이익은 654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업이익률은 8.6%로 전년 동기 대비 4.5%포인트 하락 전망했다.

현대제철의 경우 매출액 4조5140억원, 영업이익 217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영업이익률은 1.1%포인트 하락한 4.8%로 내다봤다. 판매 자체가 늘면서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증가했을 것으로 전망되나, 원가 상승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해 영업이익률은 줄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철광석(Fe 62%) 수입 가격은 전년 말보다 급등했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중국의 철광석 수입 가격이 지난달 톤당 92달러까지 올랐고 이달에는 85달러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4분기 철광석 평균 가격은 69.5달러였다. 톤당 쇳물 생산에 투입되는 철광석의 양을 감안하면 고로업체인 포스코, 현대제철의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원료탄 역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강점결탄 수입 가격은 톤당 216.3달러, 호주 수출 가격은 212.5달러다.

원자재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철강업계는 가격인상을 추진 중이다. 특히 조선 업황 악화로 그간 가격을 올리지 못했던 후판 가격 인상에 힘을 쏟고 있다. 업계에서는 실수요향 계약 물량에 대한 가격 인상을 시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조선업계가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후판 가격은 여전히 제자리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최근 “조선업계의 상황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 후판 가격이 계속 올라 큰 부담을 주고 있다”며 “후판 가격은 2016년 하반기부터 5반기 동안 톤당 약 30만원 인상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조선 3사의 후판 소요량은 510만톤 내외로 예상된다”며 “톤당 5만원이 추가 인상되면 총 2550억원에 달하는 원가 부담을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선박 발주량이 2016년 1340만CGT로 바닥을 찍은 뒤 2017년(2800만CGT)과 지난해(3180만CGT) 점진적 증가세를 보였지만 최근 6년간 평균 발주량(3725만CGT)을 여전히 밑돌고 있다”며 “선가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후판 가격 인상은 조선업계의 생존을 위태롭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후판은 선박 건조에 사용되는 두꺼운 철판을 뜻한다. 선박 제조원가의 최대 20%를 차지한다. 이에 조선업계는 후판 가격 인상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철강업계는 지난해 두 차례 후판 가격을 높여 톤당 70만원 중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협상에서 철강업계는 톤당 5만원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익성 유지를 위해서는 최소 톤당 3만원 인상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그간 조선업계의 상황이 안좋아 고통분담 차원에서 수년간 수천억원대의 손실을 감내해 왔다”며 “최근 조선 업황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신조선가도 오름세여서 정상적인 후판 가격 회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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