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중기부 차관에 인사팀 남자친구, 하숙집 아들까지 ‘점수 조작’ 발각

IBK투자증권 본사 전경. <사진=IBK투자증권>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올해 상반기 금융권 공채 시즌이 본격적인 막을 올린 가운데, 채용비리로 얼룩진 IBK투자증권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났다. 지난 몇 년간 채용비리 여파로 몸살을 앓았던 금융권은 이번 IBK투자증권 사태를 통해 채용 비리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 번 갖게 될 전망이다.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실이 입수한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지난 2016∼2017년 IBK투자증권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 채용 부정을 저질러 기소된 임직원들은 회사 안팎의 각계각층 인사로부터 청탁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중소벤처기업부 전 차관에 회사 부사장의 지도교수와 전임 사장, 심지어 인사팀장의 대학 시절 하숙집 아주머니까지 채용 비리에 연루됐다.

지난 2016년 공개채용 당시 IBK투자증권 김 모 부사장이 모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 과정을 밟던 도중 지도교수로부터 채용 청탁을 받았다. 이 교수는 자신의 조교인 김 모 씨를 이 회사에 입사시켜달라고 부탁하며 이력서도 전달했다. 김 전 부사장은 이 지원자의 이름과 연락처 메모를 당시 채용 담당 임원 박 모 씨에게 전달했다.

그 결과 이 지원자는 회사 인사팀으로부터 이력서 제출 등을 안내받는 ‘특별대우’를 받았을 뿐 아니라 서류전형, 1차 실무면접, 2차 임원면접 등에서 모두 불합격권이었는데도 합격권으로 점수가 조작돼 결국 최종합격했다.

또한, IBK투자증권의 사장을 지낸 뒤 중소기업청 산하기관의 대표로 일하던 조강래 전 사장도 채용 청탁을 넣었다. 그가 청탁한 대상은 당시 중소기업청 차장이었으며, 이후 중소벤처기업부의 초대 차관까지 지낸 최수규 씨의 아들이었다. 조 전 사장과 최 전 차관은 대학 동문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최 전 차관의 아들 역시 불합격권이던 점수가 조작돼 최종 합격했다.

여기에 당시 IBK투자증권 인사팀장이 같은 부서 직원 남자친구의 점수를 조작했던 사실도 적발됐다. 남자친구가 취업이 되지 않아 결혼이 늦어지고 있다고 직원이 걱정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또 과거 대학 시절 하숙집 주인의 딸도 점수를 올려 최종면접 기회를 줬다. 청탁 대상이 된 지원자들 모두 불합격권에서 최종면접 대상자로 점수가 올라갔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1월 IBK투자증권 인사 담당 임원 박모(60)씨와 인사팀장, 전 부사장 등 4명을 기소했다. 이들의 재판은 서울남부지법에서 진행 중이다. 검찰 측은 청탁을 받고 실제로 지원자의 점수를 조작하는 등 불법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업무방해 등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논란에 대해 IBK투자증권 관계자는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하며,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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