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운용회사 수익률 1% 수준…‘원금 손실’도 발생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이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주요 은행과 증권사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연 1%대 수준에 그치자 퇴직연금이 노후생활 안정에 제대로 기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운용회사들의 상품 수익률이 대부분 1%대를 기록했다. 이마저도 적립금 비중이 큰 확정급여형(DB)이 주로 해당되고,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은 원금을 까먹은 경우도 적지 않다.

퇴직연금 운용회사 중 적립금이 25조원으로 가장 많은 삼성생명은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이 DB형 1.63%, DC형 0.71%, IRP 0.49%였다. 교보생명은 DB형 1.25%, DC형 0.07%, IRP –0.07%였고, 한화생명은 DB형 1.65%, DC형 0.96%, IRP 1.09%였다.

증권사 중 적립금이 12조원으로 1위인 현대차증권은 DB형 1.42%, DC형 0.25%, IRP –0.68%였다.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다른 주요 증권사들도 DB형은 수익률이 1.5~1.7%대 수준이었지만 DC형과 IRP는 대체로 마이너스였다.

주요 은행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신한은행의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은 DB형 1.43%, DC형 0.89%, IRP 0.14%였고 IBK기업은행은 DB형 1.06%, DC형 1.25%, IRP 0.56였다. 또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도 DB형은 1%대, DC형은 0%대, IRP는 마이너스였다.

이런 퇴직연금 수익률은 지난해 연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5%인 점과 수수료 비용, 물가와 제비용을 감안한 실질 수익률은 마이너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OECD 가입국가들의 평균 수익률의 절반 수준이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똑같은 돈을 적립하고도 노후 보장 차이가 나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퇴직연금 수익률은 같은 문제로 고심하고 있는 국민연금과 비교해본다면 더욱 심각한 수준”이라며 “2016년 퇴직연금과 국민연금 수익률은 약 3배가량 차이가 났는데 지난해에는 그 격차가 4배 이상으로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퇴직연금 상품의 실질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보인 것은 지난해만의 현상은 아니다. 지난 2017년에도 퇴직연금 수익률은 1.88%로 그해 소비자 물가상승률(1.9%)에도 못 미쳤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부진한 것은 저금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은행 예적금, 원금보장 보험상품, 국채 등에 투자하는 원금보장상품에 편중된 구조가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시중 은행의 예적금 금리는 아직 1%대가 대세이고 일부 2%대 상품이 생겨나고 있다.

금융당국은 퇴직연금의 수익률 부진에 대한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자 상품 다양화와 수익률 제고를 위한 방안들을 내놨지만 실제로 수익률 제고에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8월 원금보장상품 투자대상에 저축은행 예적금을 추가했고 DC형과 IRP의 경우 퇴직연금 자산의 100%까지 타깃데이트펀드(TDF)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TDF는 투자자 은퇴 시점과 생애 주기에 맞춰 주식과 채권 등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비중을 조절하며 운용하는 상품이다.

고용노동부와 금융위, 금융감독원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운용대상 원금보장상품의 종류를 지정하면 만기 시점에서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예·적금 상품으로 자동으로 갈아탈 수 있게 퇴직연금 원금보장상품의 운용지시 방법도 바꾸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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