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증권사 평균연봉도 처음으로 1억원 돌파

서울 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지난해 증권가에서는 CEO보다 많은 연봉을 받은 직원들이 속출했다. 성과에 따라 확실한 보상을 해주는 증권업계 특성상 ‘샐러리맨 신화’를 쓴 인물들이 줄을 이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증권의 구기일 부장은 지난해 총 16억56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는 이 회사 김신 대표이사의 보수(13억8100만원)보다 많은 것이다.

구 부장은 급여로는 1억900만원을 받았지만 영업성과에 따른 상여금이 14억8900만원에 달해 SK증권 내 보수 1위를 차지했다. 이 회사의 김태훈 부장(8억4500만원), 김민수 대리(6억9900만원)도 사내 고액보수 명단 ‘톱5’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상반기 한국투자증권에서 오너인 김남구 부회장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아 화제를 모은 김연추 당시 차장(현 미래에셋대우 본부장)은 총 23억3400만원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김 본부장은 한투증권에서 투자공학부를 이끌면서 자신이 직접 총괄한 금융투자상품 ‘양매도 상장지수증권(ETN)’을 통해 ‘샐러리맨 신화’를 만든 대표적인 인물이다. 특히 작년 상반기에만 급여로 1억1100만원, 상여금으로 21억1900만원 등 무려 22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았는데, 이는 유상호 대표(20억2800만원)와 그룹 오너인 김남구 부회장(13억1100만원)보다도 많은 수준이었다. 김 본부장은 지난 1월 경쟁사인 미래에셋대우로 직장을 옮겼다.

신한금융투자의 이정민 지점장도 작년 보수가 총 13억원으로 김형진 당시 대표이사(올해 3월 퇴직) 보수(6억9700만원)의 약 2배에 육박했다. 이 지점장은 영업성과에 따른 상여로 11억1700만원을 받아 사내 고액보수 명단 3위에 올랐다.

신한금융투자에선 이동률 영업고문(영업계약직)의 보수가 24억1800만원으로 사내 1위를 차지했고 최석원 부서장(11억3300만원)도 4위에 올랐다.

한양증권도 민은기 팀장이 작년 영업성과급 5억3200만원 등 총 5억8100만원을 받았다. 이 회사 임재택 대표이사는 정작 5억원 이상 고액보수 명단에 들지 못했다.

이밖에 유안타증권의 임성훈 차장(10억100만원), KTB투자증권의 정승용 과장(14억7500만원) 등도 임원이 아닌 일반 직원임에도 5억원 이상 고액보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KTB투자증권 정 과장의 경우 성과급만 14억1500만원에 달했다.

이처럼 일반 직원들이 오너나 대표이사 수준이나 그 이상의 연봉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은 증권업계에 성과급제가 퍼져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구체적인 연봉 현황이 공개되지 않다가 작년 반기보고서부터 등기 임원뿐 아니라 일반 임직원도 개인별 보수가 5억원 이상일 경우 명단을 공시하도록 규정이 바뀌면서 객관적인 수치로 공개되고 있다.

한편,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 임직원 평균 연봉도 처음으로 1억원을 돌파했다. 금융감독원에 연말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26개사 가운데 평균 연봉 1억원이 넘는 증권사는 16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해인 2017년 5개사에서 불과 1년 만에 3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개인능력에 따라 확실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증권업계 특성상 직급에 상관없이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면서 “증권사들도 능력 있는 경력직 직원을 영입하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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