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고은별 기자] 한국이 세계 최초 스마트폰 기반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로 ‘통신강국’ 면모를 입증했지만, 5G로의 패러다임 변화는 일반 소비자에게 아직 먼 얘기다. 정부·이통사·제조사, 그리고 더하자면 기자들만이 5G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은 4G LTE 이용 대비 비싼 가계통신비 부담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 버라이즌의 5G 조기 상용화 첩보에 따라 3일 밤 11시 기습적으로 5G 스마트폰을 상용화했다. 버라이즌보다 불과 2시간 앞선 ‘세계 최초’ 타이틀이다. 한국은 지난해 5G 주파수 경매에서부터 약 1년도 채 안 돼 차세대 통신으로의 전환을 알렸다.

갑작스러운 5G 상용화로 오히려 김은 샜다. 3일 오전까지도 한국의 5G 상용화 일정은 5일에 맞춰져 있었고 이동통신사의 5G 개통 행사 일정도 5일로 예고돼왔다. 한국의 첫 5G 스마트폰인 ‘갤럭시 S10 5G’도 같은 날 공식 출시되는 일정이었다. 아마도 ‘5’라는 숫자적 의미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5G 기습 상용화 소식에 먼저 놀란 것은 통신 기자들이다. 이틀 앞선 5G 상용화 소식에 기자들은 3일 저녁부터 정부 관계자, 이통사 관계자와 정보를 주고받았고 급히 기사도 썼다. 기습 상용화할 정도로 ‘세계 최초 5G’가 이처럼 우리 정부에 중요한 과제였다는 것이 실감 나기도 했다.

상용화 다음날인 어제(4일) ‘5G 상용화’는 주요 포털 검색어에도 오르며 축포를 터뜨렸지만, 바깥에서 만난 다른 산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5G 상용화 소식을 모르고 있었다. 새삼 정부와 이통사, 제조사 그리고 기자들만 들뜬 5G 시대가 아닐까 싶었다. 물론, 이 관계자가 뉴스를 미처 확인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클 것이다.

‘5G 스마트폰을 쓰면 무엇이 좋은지’ 묻는 주변의 질문에 기자도 아직 명쾌한 답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4G LTE 대비 배 이상 속도가 빠르고 끊김도 덜할 테지.”, “VR(가상현실)·VR(증강현실) 효과를 활용한 콘텐츠적 재미도 배가될 것.” 과연 이것만으로 5G 스마트폰 이용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일반 소비자들에게 5G는 아직 혹할만한 서비스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소비자들은 늘어나는 가계통신비 부담을 5G 이용의 가장 큰 벽으로 느끼고 있다.

이통 3사는 최근 LTE 요금 대비 저렴한 완전 무제한 5G 요금제를 내놨다. 하지만 첫 5G 스마트폰인 갤럭시 S10 5G 출고가는 139만7000원~155만6500원으로 LTE 모델 대비 30만원 안팎 비싸다. 이 때문에 높아진 가계통신비 부담, 5G 이용에 따른 이점 부족으로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5G를 두고 볼멘소리만 나올 뿐이다. 세계 최초 성과를 이뤘으니 이제 단말 가격 인하 등 일반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에 집중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