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뉴시스

[월요신문=지현호 기자] '돌돌 말리고, 반으로 접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가 가시화되면서 핵심소재인 투명 폴리이미드(PI) 필름 시장이 각광받고 있다.

전방산업인 전자업계에서 액정화면이 접히는 폴더블폰 출시가 임박했고, LG전자는 액정화면을 돌돌 말 수 있는 롤러블 TV를 공개하기도 했다.

미국 디스플레이 전문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 서플라이 체인 컨설턴트는 올해 폴더블 디스플레이 출하량이 310만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또 2022년에는 6300만대로 20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CPI 필름 시장도 2023년 1조2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란 장밋빛 분석이 나오고 있다.

폴리이미드(PI)는 우수한 성질, 높은 열 안정성, 기계적 물성, 내화학성, 전기적 특성을 지닌 고성능 고분자 재료다. 1960년대 듀폰이 개발해 우주항공, 방위산업 등에 주로 사용됐다. 이후 LCD 분야로 적용이 확대됐는데 짙은 갈색을 띠고 있어 디스플레이 분야에 적용이 힘들었다. 하지만 최근 투명 폴리이미드가 개발되면서 유리기판 대체재로 각광받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시장이 열리면서 글로벌 화학업계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현재 PI 필름 시장은 일본 카네카, SKC코오롱PI, 듀폰 등 경쟁을 펼치고 있다. 투명 PI 필름 기술은 코오롱이더스트리, SKC, 스미토모화학 등이 확보한 상태다. 여기에 SK이노베이션, LG화학이 새로운 플레이어로 등장을 예고했다.

특히 LG화학은 3M 수석부회장을 지낸 바 있는 신학철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면서 투명 PI 시장 공략 의지를 드러냈다. 전방산업인 LG디스플레이와 LG전자가 있어 기본적인 판매처도 확보돼 있으니, 공격적인 투자만 이뤄지면 빠르게 시장에 안착도 가능하다.

LG화학은 올해 6조2000억원의 투자계획을 갖고 있다. 이 중 기초소재, 전지사업 부문에만 3조1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신학철 부회장이 신소재와 부품분야 전문가라는 점도 기대를 모은다. 그는 3M 한국지사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한국인 최초로 3M 해외사업을 주도하고 전자소재사업 부사장, 수석부회장까지 오른 인물이다.

실제로 신학철 부회장은 취임 후 첫 조직개편에서 첨단소재사업본부를 신설했다.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 재료사업부문, 석유화학사업본부 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사업부를 통합한 것이다.

당시 신 부회장은 "첨단소재사업본부를 석유화학, 전지사업에 이어 제3의 성장축으로 적극적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LG화학이 투명 PI 필름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쟁사들이 R&D와 생산규모 확대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어 LG화학도 투명 PI 필름 시장 선점 경쟁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은 올 하빈기부터 투명 PI 필름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여기에 2공장 증설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SKC 역시 오는 10월 투명 PI필름 일관생산을 위한 상업생산을 시작한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미 지난해 CPI 양산설비를 완공했다.

한 화학업계 관계자는 "투명성, 내구성, 전기적 특성 등을 고려하면 기존 스마트폰의 강화유리를 대체할 소재로 투명 PI 필름만 한 것이 없다"며 "폴더블폰이 대중화된다면 핵심소재인 투명 PI 필름 시장 역시 급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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