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점·구미·원주·여수 출장소 폐쇄 계획…한 목소리로 ‘철회 요구’

경제부 고병훈 기자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지난 2016년 극심한 적자에 시달리던 한국수출입은행은 자체적인 23개 혁신안을 발표했다. 이후 3년이 지난 현재 23개 혁신안 가운데 2개만을 남겨 두었는데, 그것이 바로 국내 지점 축소와 해외 사무소 폐쇄안이다.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은 지난해 말 남은 혁신안 이행을 약속하고 창원지점과 구미·원주·여수 출장소 등 4곳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지방 지점 및 출장소 폐쇄를 전면 재검토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지역 국회의원들과 지역상인들, 경제 단체들까지 나서 지점 폐쇄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여야는 지난달 25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은 행장을 상대로 창원지점 등의 폐쇄 결정을 재고하라고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은 “수은 창원지점을 폐쇄하면 부산지점으로 통합하게 되는데 업무 과부하가 우려된다”며 “조선 경기가 살아나는데 지역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그런데 수은 지점을 폐쇄하는 것은 찬물을 끼얹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두관 의원도 “지점·출장소 폐쇄가 결정된 창원, 구미, 여수 등은 중소기업이나 어려운 수출기업이 많다”며 “해당 지역 단체장과 상공인들의 요청이 있는데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여기에 경남 창원상공회의소 등 창원시 6개 경제단체도 한국수출입은행 창원지점 폐쇄 결정을 철회해달라고 건의했다. 또 출장소 폐쇄가 검토되고 있는 여수와 순천, 광양 등 전남 동부권 상공인들도 수은 측에 출장소 폐지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여수상공회의소와 순천상공회의소, 광양상공회의소는 최근 공동 건의문을 내고 “여수출장소 폐쇄는 정부가 추진 중인 공기업 및 공공기관 등의 지방분산 배치와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국가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는 중소기업의 기업환경 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금융 서비스의 지원기반 확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역 상공인들은 전남 동부권 기업들의 불편을 도외시하고 공적 수출신용기관으로 역할을 저버리고 있다는 불만 여론이 일고 있다”며 “여수출장소가 폐쇄되면, 지역 기업들의 경영활동에 큰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경제적 균형기능 상실과 국가 경제의 동력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수출입은행 여수출장소는 2013년 8월 문을 열었으며, 최근 5년간 전남 동부권 30여개 기업이 60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 순천, 광양의 연간 수출입 규모는 지난해 기준 수출입 통관액이 725억 달러에 달한다. 전국 12개 지점 중 울산과 인천에 이어 전국 3위 실적이다.

실제로 지방 지점 축소를 처음 검토한 2016년과 현재는 상황이 사뭇 다르다. 수은은 2016년 1조5000억원에 달하던 적자를 2017년 1700억원 흑자로 전환시켰다. 지난해에도 약 5000억원 내외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수은 순이익에 비해 지점·출장소 4곳 폐쇄로 절감되는 비용은 6억8000만원으로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도 국가균형개발과 지역경제위기극복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지점 축소는 더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여기에 여신 규모를 우선으로 고려해 지점을 폐쇄한다면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지도 모른다. 은 행장은 혁신안 이행에 앞서 지역민들의 목소리에 다시 한 번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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