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지명수배·여권말소 등 강경 대응 검토

SK그룹을 창업한 고 최종건 회장의 손자인 최모(31)씨가 마약 구매 혐의로 체포돼 지난 1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들어서고 있다./사진 = 뉴시스

[월요신문=지현호 기자] 재벌가에 불어닥친 마약 추문이 좀처럼 꺼지지 않고 있다. SK그룹과 남양유업 창업주의 손주가 각각 변종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은 가운데 현대그룹 3세인 정모(30)씨의 해외 도피 가능성이 불거졌다.

8일 경찰에 따르면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수사대는 정모씨에게 마약 혐의로 출석을 요구했으나, 별다른 답변을 얻지 못했다.

이에 경찰은 정씨의 해외 도피 가능성을 염두, 여권말소, 지명수배 등 강경 대응을 통해 국내 소환키로 방침을 정했다.

정씨는 지난해 3~5월 평소 알고 지내던 이씨를 통해 고농축 액상 대마와 쿠키 형태의 고농도 대마 등을 수차례 구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해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대마 공급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모(27)씨와 함께 대마를 피운 혐의도 있다.

정씨는 지난 2월20일 인천공항에서 런던행 항공기에 탑승한 것으로 전해지며 지금까지 귀국하지 않은 상태다.

해외 체류 중인 정씨가 본인과 관련한 수사에 대해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미 정씨에게 대마를 공급한 혐의로 이씨와 최모(30)씨가 경찰에 체포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씨는 정씨와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이고 최씨는 함께 대마를 구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SK그룹 창업주의 장손이다. 최씨는 지난해 3~5월 마약공급책 이씨에게 마약을 받고 15차례 이상 고농축 액상 대마, 대마 쿠키 등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재벌가에는 마약 추문이 더 확대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시각이 나오고 있다.

이씨가 경찰 조사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추가적으로 마약을 공급받은 인물을 실토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마약 수사가 재벌가 자녀들을 대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연예계와 재벌가를 중심으로 마약 사건이 퍼지면서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진 점도 부담이다. 마약 투약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인 황하나씨의 경우 '봐주기 수사'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성역 없는 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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