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부처 간 교차로 낙하산 인사 시도”…한은·금융위 “사실무근”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낙하산 논란으로 한바탕 곤욕을 치른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가 낙하산 인사 강행을 위해 이른바 ‘자리 스와프’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번 의혹에 대해 업계에서는 낙하산 근절을 약속했던 정부와 여당에 상황의 심각성을 엄중히 경고하며, 즉각적인 실태 파악과 해결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은 지난 5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금융 관료들의 낙하산 인사가 도를 넘었다”면서 “그간 유례를 찾기 어려운 부처 간 ‘자리 스와프’ 시도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금융노조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그간 금융결제원 역사상 모든 원장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내왔고, 이번에도 임형준 부총재보를 금융결제원장에 앉히려 했다. 그러나 임 부총재보는 과거 한국은행에서 노동 적대적 태도로 문제를 일으켜왔던 탓에 결국 원장 공모를 포기했다.

이후 임 부총재보를 대신해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출신인 김학수 전 상임위원이 신임 금융결제원장으로 내정됐다. 문제는 금융결제원장 공모를 포기한 임 부총재보가 한국자금중개 사장으로 내정된 것이 알려지면서 한은과 금융위 간 ‘자리 스와프’ 의혹이 불거졌다.

한국자금중개 또한 금융위 출신 관료들이 사장직을 역임해오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수차례 불거졌던 곳이다. 현 이현철 사장도 금융위 증선위원 출신이다.

이에 대해 금융노조는 “동향 출신으로 학창시절 같은 학사에 살기도 했던 이주열 한은 총재와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개입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특히 임 부총재보는 금융결제원장 공모 이전에 서울외국환중개 사장 자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외국환중개 또한 창립 이래 모든 사장이 한은 출신이었다. 한국은행 퇴직관료들의 단골 낙하산 자리였던 서울외국환중개 사장직을 노리다가 금융결제원장 자리에 가려 했고, 이마저도 과거 노동적대 행보 탓에 무산되자 결국 한국자금중개 사장 내정설까지 돌고 있다.

허권 금융노조위원장은 “지난 대선에서 금융노조와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겠다는 정책협약을 맺었던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는 현 상황을 엄중히 직시해야 한다”며 “정권 차원의 암묵적 승인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면, 돈과 자리를 노리는 관료들의 탐욕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임계점에 이른 현 상황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허 위원장은 “대통령 공약인 노동이사제를 거부했을 뿐 아니라 금융 현안에 대해 무능함으로 일관하고 이번에는 초유의 자리 스와프 시도 논란을 빚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즉각 해임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논란에 대해 한은과 금융위 측 관계자는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자리 스와프’ 논란은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국은행 관계자는 “임 부총재보의 퇴직 후 거취도 전혀 결정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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