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동영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월요신문=박현진 기자] 민주평화당이 운명의 갈림길에 서 있다. 4ㆍ3 보궐선거 이후 정의당과 바른미래당 중 어느 쪽과 손 잡을지 고심하며 내부적으로 첨예한 대립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오늘 (9일) 오후 7시30분께부터 전면 비공개로 정의당과의 공동교섭단체 재구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

9일 평화당에 따르면 정동영 평화당 대표 등 일부 의원들은 정의당과의 교섭단체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섭단체 지위가 있어야만 선거제 개혁, 사법개혁 등의 과제를 처리하는데 수월하고 예산 협상에 나서는 등 정당으로서 실질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앞서 평화당과 정의당은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라는 공동 교섭단체를 구성했다가 고(故)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의 사망으로 의석 수가 줄면서 지위를 상실했다. 이번에 여영국 의원이 지역구 탈환에 성공하면서 20석 요건(평화당 14석, 정의당 6석)이 갖춰지자 다시금 논의가 촉발됐다.

그러나 반대 움직임이 만만치 않다.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는 물론 박지원 평화당 의원 등 다수의 의원들이 교섭단체 구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21대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의당과의 공동교섭단체 구성이 정치적 정체성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과 지난해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했을 때, 경제나 노동 등 정책 부문에서 정의당과 분명한 견해 차이가 존재했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이들의 반대 움직임은 호남 출신의 바른미래당 의원들과 단독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방안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호남 출신 의원들과 뭉쳐 의석 수 20석을 채우면 교섭단체를 만들 수 있는 것은 물론 ‘호남정당’으로 거듭나 내년 총선에서 승산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최경환 평화당 최고위원은 이날 c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민주평화당이 정의당과 교섭단체 구성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다"는 질문에 "민주평화당에 새로운 큰 변화가 필요한데 교섭단체가 발목을 잡으면 안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또 그는 "교섭단체 구성이 이미 의미를 잃었다고 본다"면서 "교섭단체를 만들려 한 이유는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개혁·민생 연대를 구축하자는 것인데 민주당은 이미 개혁의지를 잃었고 (당에 대한) 민심도 이반되고 있어 교섭단체가 역할을 할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허영 평화당 최고위원은 지난 8일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정의당과 교섭단체를 만들 수 있는데 이를 거절하는 것은 당원들이 바라는 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의사를 표현했다. 

현재까지 최소 5명 이상의 평화당 의원들이 반대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의당과 평화당의 교섭단체 복원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의원 1명이라도 교섭단체에 반대하면 교섭단체 구성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평화당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정의당과의 교섭단체 추진 건에 대해 논의한다. 평화당과 정의당은 오는 15일까지 교섭단체 논의를 마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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