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제보에도 징계 없이 마무리…‘제 식구 감싸기’ 지적

KDB캐피탈 김영모 대표이사. <사진=KDB캐피탈>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KDB산업은행의 계열사인 KDB캐피탈이 고위직 임원의 ‘성추행 사건’을 무마시켰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한 여성이 회사 측으로 성추행 사건을 제보했음에도 KDB캐피탈은 별다른 징계 없이 사건을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캐피탈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여성 A씨는 콜센터를 통해 산은캐피탈 임원 B씨가 자신을 강제로 성추행했다고 제보했다. A씨는 B씨가 차 안에서 자신을 성추행 했으며, 회사에서 B씨를 처벌해주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제보 직후 해당 민원은 산은캐피탈 감사위원회 소속 검사실로 넘겨졌지만, 검사실은 B씨에 대한 어떠한 처벌이나 징계도 내리지 않았다. A씨가 “개인적인 다툼으로 오해가 발생한 것”이며 “B씨가 진지하게 사과했고, 믿고 사겨보기로 했다”며 민원을 철회했기 때문이다.

결국 사측은 B씨에게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이 발생할 경우 책임지겠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받고 사건을 빠르게 종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사측 고위직 임원이 ‘성추행 사건’이라는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렸음에도 제대로 된 조사나 징계 없이 사건을 마무리한 것에 대해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해당 사건을 회사 최고경영자인 김영모 대표는 물론이고, 상근감사위원에게도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자 ‘사건 무마 의혹’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산은캐피탈은 산업은행이 지난 1972년 국내 최초로 설립한 여신전문금융회사로 ‘고객에게 신뢰받는 금융회사’를 주요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또 산업은행 자본시장부문장과 글로벌사업부문장, 산은캐피탈 부사장 등을 거쳐 지난해 5월 산은캐피탈 사장으로 승진한 김영모 대표는 회사 출범 이후 첫 내부승진 대표이다.

업계에서는 김 대표 취임 후 약 3개월 만에 발생한 ‘성추행 사건’이 세간에 알려질 경우 신임 대표 리더십에 큰 흠집이 날 것을 우려해 사건을 무마시키려 했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성추행 사건처럼 사회적 파장이 우려되는 일이 발생할 경우 회사 대표 차원에서 조사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라며 “이번 사건의 경우 사측의 징계 의지가 크게 없었다는 점과 산은캐피탈의 보고 체계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이번 논란에 대해 산은캐피탈 관계자는 “성추행 사건은 전혀 사실무근이며, 해당 여성분도 제보 후 곧바로 사실이 아니라고 입장을 전해왔다”며 “그럼에도 관련 임원에 대해 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개인적인 다툼일 뿐 징계를 내릴만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