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안 적정성 지적…채권단 “사재출연 없이 자금 지원 불가”
1조7000억 차입금 ‘폭탄’ 맞나…박삼구 전 회장 불신 팽배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 아시아나항공 소생을 위한 금호아시아나그룹 자구안이 채권단으로부터 ‘퇴짜’를 맞은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이 결국 매물로 나올지 주목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11일) 산업은행에 제출한 금호그룹의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안은 실질적 방안이 없다는 이유로 즉각 거부, 그룹의 두 번째 수정안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아시아나항공 매각설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관측된다.

일단 금호그룹은 “자구안 수정과 관련한 추가 논의를 한 바 있으나 매각과 관련한 논의가 내부적으로 진행되거나 결정된 건 없다”고 공식 반박했다.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도 오늘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자구안 마련에 성실히 협의 중”이라고 의지를 나타냈다.

앞서 금호그룹은 전날 산업은행을 주채권은행으로 하는 채권단에 박 전 회장 일가가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4.8%)을 담보로 제공, 5000억원의 추가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자구안에서 금호그룹은 3년 내 경영정상화를 이루지 못할 경우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겠다는 단서도 걸었다.

그러나 채권단은 사재 출연 또는 유상증자 등 실질적 방안이 없다는 점을 지적, 5000억원의 자금 지원이 불가하다고 못 박았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채권단이 한 푼이라도 손실을 보는 지원은 하지 않겠다”며 재무구조개선 약정(MOU)의 연장도 “박 전 회장이 사재출연을 비롯한 충분한 책임을 다한 후 가능하다”는 뜻을 전했다.

일단 금호그룹은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에어서울,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에 대한 구체적인 매각 계획 작성에 다시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경영정상화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 등도 고려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자구안이 거부당해 산업은행의 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신용등급 하락으로 연내 약 1조7000억원에 달하는 차입금을 한 번에 갚아야 하는 위기에 놓일 수 있다. 이는 자회사 매각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규모다. 금호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자체를 매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이미 아시아나항공은 CJ대한통운 지분과 금호아시아나 사옥 등 자산매각, 에어부산 등 자회사 기업공개 등 가용 가능한 재무구조 개선 카드를 모두 사용했다. 주가가 액면가(5000원) 이하로 떨어진 상황에서 주주들에게 증자를 요구하기도 어렵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도 이번 아시아나항공 유동성 위기는 쉽게 해결할 수 없어, 회사가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의 자구안에 대한 적정성 부족 외에도 박 전 회장에 대한 불신을 감출 수 없는 분위기다. 박 전 회장은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현 CJ대한통운)을 인수하며 금호그룹을 재계 7위로 끌어올렸지만 무리한 사세확장으로 2009년 산업은행에 경영권을 넘긴 바 있다. 2017년 중국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도 매각했다.

일각에서는 3년 내 아들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으로 경영권이 승계될 경우 사실상 박 전 회장의 경영 복귀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아시아나항공 사태 배경은 지배구조에 있다”면서 “이미 30년의 시간이 있었는데, 또다시 3년을 달라는 게 어떤 의미인가”라고 자구안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이동걸 회장은 “채권단에서 거액을 지원받고 3년 동안 마음대로 하다가 망하면 회사를 내놓겠다는 것이냐”며 금호그룹에 대한 불신을 간접적으로 표출했다.

만약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오게 되면 SK그룹, 한화그룹, CJ그룹 등이 잠재 인수후보로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항공사 인수에 관심이 있던 대기업이 인수전에 참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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