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지현호 기자]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품었던 그룹 재건의 꿈이 산산조각이 났다.

2015년 금호산업을 재인수하면서 다시 한번 비상을 꿈꿨지만, 금호타이어 인수 실패에 이어 아시아나항공까지 내주면서 금호그룹은 재계 순위 60위 아래로 추락하게 됐다.

한때 재계 7위에 오르며 승승장구했던 박삼구 전 회장이 또다시 그룹 와해의 문턱에 서게 된 것이다. 가장 사랑했던 아시아나항공을 내주는 박 전 회장의 심경은 16일 사내게시판에 전날 금호산업 이사회에서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한 사실을 알리는 그의 글에 드러난다.

이날 박 전 회장은 "임직원 여러분께서 받을 충격과 혼란을 생각하면 면목 없고 민망한 마음"이라며 "31년간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마음으로 임직원들과 함께했던 시절"이라고 회상했다.

이어 "여러분이 그렇듯 내게도 아시아나는 '모든 것'이었다. 아시아나의 아름다운 비행을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하지만 제 마음은 언제나 아시아나와 함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한민국 재계의 한축이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무너진 데는 '승자의 저주' 여파가 컸다.

2002년 형 박정구 전 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 회장에 취임한 박삼구 전 회장은 특유의 리더십과 적극적인 경영 행보로 외환위기 이후 그룹을 내리눌렀던 위기를 단기간에 극복했다.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을 인수하며 연이어 대규모 M&A에 나설 당시만 해도 그룹이 해체 위기에 처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본격화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그야말로 승자의 저주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덮쳤고 결국 주력 계열사였던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2009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그리고 2010년 대우건설과 금호렌터카가 매각됐고, 2011년 대한통운, 2012년 금호고속을 내놓게 됐다.

유동성 위기에 시달려온 그룹은 2015년 박 전 회장이 금호산업을 다시 사들이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금호고속은 재인수했지만 금호타이어를 품는데는 실패했고 이 모든 과정에 자금을 대야했던 아시아나항공은 빚더미에 앉게 됐다.

결국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무리한 사세 확장이 그룹 전체를 잡아먹게된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박삼구 전 회장은 승자의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한 경영자가 됐다.

일각에서는 대주주가 바뀌면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통운처럼 재무구조가 개선될 가능성이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부채만 7조원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을 누가 품게되든 금호그룹보다는 나을 것이란 분석이 그룹 재건을 위해 사재까지 털었던 박삼구 전 회장에 대한 평가인 듯해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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