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이사회 운영 ‘발목’…소비자 보호도 뒷전으로 드러나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올해로 국내 진출 65주년을 맞은 AIG손해보험이 ‘구멍난 내부통제’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AIG손보는 이달 초 부실한 이사회 운영과 리스크 관리체계, 소비자보호협의회의 미흡한 운영 등을 이유로 당국으로부터 첫 경영개선 권고 조치를 받았다.

AIG손보 관계자는 “이사회 및 리스크 관리, 소비자보호협의회 모두 꾸준히 운영돼 왔지만 당국으로부터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게 됐다”면서 “금감원의 경영실태평가를 통해 나타난 운영상의 미흡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보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재무건전성에 큰 문제가 없는 AIG손보가 경영개선 권고 조치를 받은 것을 이례적인 일로 보고 있다.

통상 당국의 경영개선 권고 조치는 재무건전성 악화 및 경영난을 겪고 있는 업체에 내려진다. 보험사 재무건전성 지표인 RBC(지급여력) 비율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86.5%로 당국의 권고치를 크게 밑돌던 MG손보가 대표적인 예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는 RBC 비율을 100% 이상 유지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RBC 비율 150% 이상을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RBC가 100% 미만이면 경영개선권고, 50% 미만이면 경영개선요구, 0% 미만이면 경영개선명령 조치를 받는다.

AIG손보의 경우 RBC비율이 지난해 말 기준 411.41%로 당국의 권고 수준을 크게 웃돌고 있을 뿐 아니라 업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내부통제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이 같은 조치를 받은 것도 AIG손보가 처음이다.

금융당국은 AIG손보 이사회가 보고된 감사계획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는 등 매우 부실한 운영이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내부규정에 이사회 보고 및 승인사항이 포괄적으로 규정돼 회사 경영 전반에 대해 실질적인 논의를 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회사 리스크를 관리해야 할 전담부서도 ‘무용지물’ 상태로 운영됐다. 이 부서는 주기적인 리스크 검사를 수차례 누락하고, 검사 도중 자체관리한도를 초과했음에도 제대로 된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AIG손보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매분기 개최해야 하는 소비자보호협의회도 제기능을 하지 못했다. 소비자 보호 관련 제도 개선사항과 민원 분석 결과 등도 담당 부서 간 공유가 이뤄지지 않아 개선 논의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AIG손보 관계자는 “당사는 400% 이상의 보험금 지급여력비율을 꾸준히 유지하는 등 회사의 자본 적정성이나 보험금 지급 및 고객 서비스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며 “이번 현장 점검을 리스크 관리 능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는 기회로 삼고, 보험리스크와 금리리스크 등 문제가 된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개선계획을 수립하는 등 강한 의지로 개선 작업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마련된 개선 방안에 대해서는 “경영개선계획서 제출까지 남은 시간 동안 논의를 거쳐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보완 조치는 올해 중 모두 반영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영개선 권고 조치를 받은 AIG손보는 오는 5월 말까지 경영개선계획서를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제출한 계획서가 불승인될 경우에는 임원 직무집행 정지 및 관리인 선임 등의 조치까지 이어질 수 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