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이명진 기자]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를 둘러싼 논란이 연일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인보사의 안전·유효성을 두고 ‘제2의 황우석 사태’로 번질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 속 허가취소에도 무게가 실리며 파문은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당초 인보사의 생산·판매를 맡은 코오롱생명과학은 이름표만 잘못 달았을 뿐 안전·유효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나아가 무허가 세포가 혼입된 결과에는 다소 홀가분한 모습이다. 최소한 고의로 세포를 바꿔치기했단 의혹은 해소됐다고 보는 듯하다. 다만 개발부터 임상·상용화까지 무려 1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세포 성분명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과실은 단지 ‘명칭 변경’만 이뤄지면 끝날 작은 해프닝이었을까.

이를 판단하기 위해선 경위·고의성 여부부터 파악해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만일 임상단계에서 코오롱 측이 인보사의 성분을 고의로 바꿨거나, 세포가 바뀐 것을 알고도 이를 숨겼다면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그 책임을 회피하긴 어렵다고 본다. 유전자 치료제의 주요 성분에 대한 오류는 그간 전 세계를 통틀어 전례가 없었을 만큼 중대 사안이자, 국내 바이오산업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엔 치명적인 흠집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도 부실 검증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물론 인보사 사태의 1차적 책임은 제조사인 코오롱 측에 있다. 하지만 제조사를 관리·감독하는 것은 다름 아닌 보건당국의 역할이다. 고의든 과실이든 잘못된 부분을 막아내야 하는 식약처의 감시·통제기능에 여지없이 구멍이 뚫렸단 지적이다. 더군다나 지난 3월 말 기준 인보사를 납품받은 국내 병의원만 이미 440여 곳이 넘는다고 한다.

애초 국민이 궁금한 건 책임회피를 위한 구구절절한 이유가 아니다. 안전성·판매여부를 묻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있다. 그러나 정작 감독을 하는 식약처나 제품을 만든 제조사나 터무니 없는 해명만 늘어놓는 꼴이다. 인보사의 성분으로 밝혀진 신장세포가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데다 위험도를 파악할 수 있는 임상적인 데이터도 전무하다는 데 말이다. 그간 부작용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단 이유만으로 정말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 장담할 수 있는 지 의문이다.

역으로 15년간이다. 그 기간 동안 인보사의 안전성·효과만을 믿고 1회 투약 비용이 600~700만원에 이르는 고가 치료제를 선택해 치료해온 환자 수만도 3400여명에 이른다. 때문에 환자들 입장에선 부작용이 생기지 않을지 걱정하고, 올바른 치료 효과가 입증되길 바라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제대로 된 바이오산업 육성과 함께 조속한 안전관리 체계가 요구되는 바 다. 바이오산업은 생명과도 직결되는 만큼 결코 안전을 도외시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비춰봤을 시 의약품 허가는 신중해야 하는 게 맞다. 안일하게 넘길 성장통 쯤으로 치부해선 안된다는 의미다. 세계 최초란 타이틀이 무색하게도 자칫 바이오산업을 위축시키는 골칫덩어리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궁색한 변명에 앞서 진지한 반성이 우선시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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